과거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매년 입시 때면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특수교육진흥법에 장애를 이유로 입학지원이나 입학 자체를 거부하면 안 된다는 차별금지 조항이 있었으나 처벌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한 조항이었다. 2000년에 새로이 처벌조항을 마련해 이제는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희망적인 기대를 가져본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앞의 경우처럼 입학 후의 학교생활이다.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대학의 건물은 장애 학생에게 커다란 장벽이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은 교수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이해가 안 되고 시각장애 학생은 필기도 할 수 없다.
이처럼 장애 학생들에게 학교생활은 입학 못지않은 어려운 과정이다. 실제로 장애 학생에게 특례입학을 허용한 이후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인이 많이 늘었지만 졸업까지는 너무 험난하다. 안타깝게도 학업에 뒤지고 열악한 편의시설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휴학한 학생이 태반이다.
미국의 경우 1973년 입법된 재활법 504조에 따라 ‘고등교육 상의 장애인 차별금지에 관한 시행규칙’을 제정해 각 대학이 이를 준수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규칙은 우선 자격 있는 장애인(qualified individual with a disability) 지원자에 대해 장애를 이유로 입학허가 또는 입학모집 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학마다 ‘장애 학생 프로그램’(DSP·Disabled Students Program)이 있어 장애 학생들의 원만한 학업 진행을 보조해 주고 있다. 한 명의 장애학생을 위해 1층에 있는 강의실을 배정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로 강의실을 배정하는 경우를 미국 대학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그 외 리포트를 제출하는 대신 발표로 대치하는 방법과 같이 과제를 대안적인 방법으로 수행하도록 배려하거나 강의 대필 서비스, 실험실 혹은 도서관 보조요원 제공, 대독 및 대필, 통역 서비스, 구두식 시험 등 각종 보조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첫 걸음은 장애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공부하고 다른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에서 꿈과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평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페어플레이의 시작점이다.
변경희 한신대 재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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