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에 성실히 답하고자 한다면 누구라도 30만명에 육박하는 국내 외국인 이주노동자 문제를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아시아인의 축제라는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기간 중에도 이들은 한국인이 ‘더럽고 위험하고 힘들다’고 기피하는 3D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필자는 매주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이주노동자 지원 시민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에서 한글강의를 한다. 이곳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말에도 저녁 늦게까지 일하느라 수업에 종종 빠지곤 한다. 학생 중 한 사람인 아프리카에서 온 근육질의 젊은 청년 다니엘(26)은 추석연휴 탓인지 몇 주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일하더니 이번주에는 결국 근육에 손상을 입고 말았다. 지난주 토요일 허름한 자취방에서 병원도 못 간 채 앓고 있다가 “수업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전화를 했을 때 나는 그 아픔의 무게를 조금도 덜어줄 수 없어 미안할 뿐이었다.
2년 전 파키스탄에서 온 아완(28)은 대학원까지 나온 엘리트 청년이다. 한국에 오기 전 몇몇 나라를 거쳤지만 한국처럼 차별이 심한 나라는 처음이고, 그래서 공단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버스에서 자리에 앉으면 옆 사람이 일어나 가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자꾸 범죄자 취급하는 눈길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경제에 이바지하면서도 인권의 그늘에 처한 이들 이주노동자에 대해 정부는 내년 3월까지 불법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들을 추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책은 인권보장 측면에서 많은 비난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차지하고 있던 3D업종의 인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하는 현실적 측면에서도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피부색 언어 풍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또는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들을 차별한다면 그 대상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시야를 스스로 한정하고 우리 사회를 고립시켜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가 될 것이다. 세상 속에서 떳떳하게 우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아시아를 더욱 적극적으로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시아경기대회 같은 국제적 체육행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없앨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피부색, 국적, 빈부의 차별 없이 ‘더불어 사는 지혜’를 길러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1960, 70년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이름이 교과서에 나왔던 시절에 우리의 부모와 형제자매들도 돈을 벌기 위해 미국 독일 등 여러 나라로 떠났고, 그곳에서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했었다. 우리가 지금 만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은, 그때 그 먼 나라로 떠났던 우리 부모 형제자매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서진 변호사·´아시아의 친구들´한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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