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모 청소년단체에 소속된 자녀를 둔 한 학부모의 얘기를 듣고 청소년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8월에 그는 올 연말부터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봉사활동에 두 자녀와 함께 참가하겠다는 신청서를 해당 단체 사무국에 제출했다.
단체측은 그에게 참가비 납부 통지서를 보냈고, 그는 1인당 수백만원의 참가비 내용이 궁금해 담당 직원에게 문의했다.
하지만 참가비의 예상 지출내용, 근거 등을 보내겠다던 담당 직원은 납입 기일이 마감될 때까지 아무런 통지도 하지 않았다. 그 직원이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임원들에게 “세 명이나 참가하니 참가비를 깎아달라고 할 바에는 차라리 가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이 학부모에게 들려왔다. 결국 이 학부모는 자녀와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말았다.
당연히 안내해줘야 할 참가비 내용을 숨기고 불친절하게 대했던 담당 직원에 대해 믿음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국내 청소년단체에서 국제 연수와 교류를 주선해왔지만, 문제들이 적잖게 드러났다. 참가자 모집과 선발에서 공개적이고 공평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 또 투명하지 못한 재정 운영, 사전 교육과 훈련 부족, 연수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 부족 등의 고질병이 뒤따랐다.
청소년단체는 사회교육을 담당하는 공적 기관으로 그 자원봉사 직원들은 청소년을 지도하고 그들에게 서비스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유급 직원은 자기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직업적 윤리, 지도력, 봉사심 등을 갖추어야 한다.
이번 일의 경우, 담당자는 일방적으로 참가비 금액 산정의 재량적 정당성만을 얘기했다. 그럴 것이 아니라 문의한 학부모에게 일단 투명하게 비용과 그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사회교육의 학습권자 입장에서 볼 때 참가자는 수혜자인 동시에 부담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선택권이 없는 순종만을 강요한 직원은 정당하지 못했다.
국제경쟁시대라고 한다. 청소년 해외연수나 교류제도는 모집과 선발, 사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페어플레이 정신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것부터 꼼꼼히 챙길 때 해외연수는 그 본래의 가치를 찾을 수 있고, 한국 교육도 명실공히 교육인적자원의 개발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유하영 명지대 법학과 강사·청소년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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