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이 대통령, 김정은 인정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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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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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세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북한의 사정이기 때문에 뭐라고 언급할 수가 없고 또 잘 알지 못한다.”(2010년 9월 러시아24 TV)

“권력 승계는 일반적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다. 그러나 3대를 세습한다고 해서 곧바로 북한이 위험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2010년 11월 일본 아사히신문)

“권력세습이 3대로 이어지는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은 안정성을 원하고 있다. 만일 권력 이양이 계획대로 이뤄지더라도 김정일의 대표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2011년 5월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 3대 세습 쇼

이명박 대통령의 외국 언론 인터뷰 가운데 북한의 3대 권력세습에 관한 발언이다. 의도된 것인지, 큰 의미가 담기지 않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미묘한 변화가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8개월 전에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으나 이제는 권력승계 이후의 북한 권력 양상까지 전망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관심은 인정해야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북한의 권력 승계는 국제적 관심사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주 전 김정은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뽑았다. 그러나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한 타임의 관심은 조롱에 가깝다. 타임은 김정은을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차남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골칫덩어리 4명과 함께 ‘rogue(악당)’그룹으로 묶어 소개했다.

헌법에 따르면 휴전선 이북도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북한에 국제법상의 국가승인이나 정부승인을 하는 행위는 위헌이다. 북한 지도자의 인정은 국가와 정부를 승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역시 헌법에 위배된다. 국제사회가 조롱하는 3대 세습을 아무 생각 없이 인정할 수도 없다. 그래서 북한의 권력세습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이 중요하다. 더구나 북한의 권력 변화는 미래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다.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면 대통령부터 3대 세습에 대해 명쾌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권력 변화에 대해 전망과 분석에 머무르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나 여론에 비춰보더라도 부족하다. 북한의 3대 세습은 민주사회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작태다. 대다수 국민도 김정일 부자의 권력 세습을 반대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리비아가 친(親)카다피와 반(反)카다피 세력으로 갈라져 내전 상태에 들어가자마자 반정부 세력의 구심체인 국가위원회를 합법적인 정부로 승인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007년 취임 직후 리비아를 방문한 뒤 줄곧 카다피와 친구처럼 지냈다. 국제사회를 향해 “카다피 원수를 독재자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외치던 사르코지 대통령이었지만 내전이 벌어지자 재빠르게 등을 돌렸다.

독재자는 버림받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민을 학살하는 리비아 독재자와 결별하기 위해 반정부 단체를 승인했다. 이 대통령이 통일을 말하면서 북한의 3대 세습은 관찰자로서 지켜보기만 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 김일성은 6·25전쟁을 일으킨 전범(戰犯)이다. 김정일은 아웅산테러와 KAL 858기 폭파를 주도했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의 책임도 있다. 그런 자들의 손자이자 아들인 풋내기에게 권력이 세습되는 것을 묵과하면서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건가.

대표적인 부자 세습국인 시리아를 보자. 시리아의 독재자는 사유화한 권력을 지키기 위해 탱크까지 동원해 국민을 학살하고 있다. 부자 세습도 모자라 3대 세습을 시도하는 북한 독재자들은 반대에 부닥치면 더 악독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권력세습을 통해 기존 정책을 고스란히 대물림하면 반드시 종말이 올 것임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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