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과 김관진 국방장관은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미국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국방비 대폭 삭감, 이라크전쟁 종결과 중국의 급부상으로 요동치는 국제 안보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계기로 군사전략 수정과 체제 개편에 돌입했다. 미군과 한국군의 미래는 패네타와 김관진이 보여줄 리더십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국가안보 軍만의 책임 아니다
국방장관 패네타는 전환기를 맞은 미국에는 행운이다. 패네타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2년간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재임한 뒤 국방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CIA 국장 재직 시절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을 지휘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는 백악관 비서실장과 예산관리실장을 역임했다. 16년 동안 하원의원으로 활약하며 예산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냈다. 패네타는 백악관과 의회를 잘 알고 정보와 예산에도 밝은 ‘준비된 국방장관’이다.
패네타의 전략은 정교하다. 5일 미 국방부 기자실에서 열린 국방전략지침 발표는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국방전략의 골격을 밝힌 뒤 패네타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이 보충설명을 했다. 이어 패네타와 뎀프시가 기자회견을 하고 국방부 부장관, 합참차장, 국방부 차관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했다.
2020년까지 적용될 미국의 국방전략지침 준비 과정은 더 치밀했다. 뎀프시는 “미국의 모든 지혜를 모으고 모든 제안과 반대를 다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준비 작업 참여자들에게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넉넉하게 주었다. 국방부는 의회 관련 위원회 인사들과의 협의도 잊지 않았다. 패네타는 “국가 안보는 강력한 군 하나로 되는 것이 아니다”며 “강력한 외교, 강력한 정보능력, 강력한 경제, 효율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관진 장관은 취임 초부터 단호한 의지 표명으로 국민의 안보불안을 덜어주었다. 그는 취임식에서 “북한이 또다시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대상으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온다면 즉각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으로 그들이 완전히 굴복할 때까지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말만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행동이 따라야 한다. 김 장관은 아직 확실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국방부는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국방개혁안을 지난해 5월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방위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6월, 8월, 12월 국방개혁안의 국회 통과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2의 창군’이라고 한 국방개혁을 완수하지 못하면 김 장관은 성공한 장관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군은 축소기에 접어들었지만 한국군은 팽창기를 맞았다. 패네타보다 김 장관의 환경이 유리하다. 북한의 위협 속에 국방력을 축소하자는 주장은 사라졌다. 그런데도 올해 우리 국방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율 5.3%에도 못 미치는 5% 증가에 그쳤다. 제주해군기지 예산은 96%인 1278억 원이 삭감됐다.
패네타의 지혜 필요한 김 장관
김 장관을 잘 아는 예비역 장성의 인물평이 떠오른다. “군인 중의 군인이어서 기강이 풀어진 군을 다잡는 데는 최고의 적임자다. 그가 지휘하는 군은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훌륭한 무인(武人)이지만 국민과 대통령, 그리고 국회를 설득할 협상력은 부족하다는 진단이었다.
김 장관은 작년 10월 서울에서 패네타 장관과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하며 인연을 맺었다. 올해 우리 군이 ‘싸워서 이기는 군대’로 변신하려면 김 장관의 용기에 못지않게 패네타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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