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시리아 응징, 오바마를 응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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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유명인사들의 연설 가운데 ‘이달의 최고’를 뽑는 제도가 있다면 지난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선 존 케리 국무장관의 모두발언을 추천하고 싶다. 케리는 시리아가 자국민에게 저지른 화학무기 공격은 세계와 인류, 그리고 양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것이라며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미국이 행동하지 않으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면죄부를 받은 걸로 여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인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질려 새로운 전쟁의 시작이 될지도 모르는 시리아 공격을 꺼리고 있다. 케리의 발언에 대한 미 의원들의 반응도 정파에 따라 갈렸다. 하지만 케리의 연설은 시리아 독재자의 악행을 응징하길 바라는 수많은 세계시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충분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나흘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외교적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시리아를 응징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對)국민 연설을 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제한적인 군사공격은 화학무기 공격을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세계에 천명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사실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1997년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발효시켜 화학무기의 개발 생산 비축 사용을 금지하고 보유 중인 화학무기는 폐기하도록 했다. CWC에는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189개국이 가입했지만 시리아는 가입을 거부했다. 언젠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아사드는 인종과 국경을 떠나 인류 전체에 대한 심각한 도발을 했다. 생명 존중과 인권을 부르짖었던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 사용을 방치하면 아사드는 국제사회를 우습게 여길 것이다. 아사드를 놓아주면 다른 독재자들에게 탱크 미사일 폭격기 화학무기를 차례차례 동원해 민간인을 살육해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한 번의 선례가 만들어지면 두 번, 세 번은 훨씬 쉬워진다.

우리에게도 시리아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201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500∼5000t의 화학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도 시리아처럼 CWC 가입을 거부했다. 최근 북한 영변에서는 경수로 재가동을 알리는 흰 연기가 위성에 포착됐다. 북한의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돌이켜보면 그 후 계속된 핵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시리아 사태가 흐지부지되면 북핵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자 러시아는 시리아 화학무기를 국제사회가 통제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시리아도 뒤늦게 CWC에 가입하고 화학무기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개입은 우방인 시리아를 돕기 위한 물타기 전략의 냄새가 난다. 시리아의 화학무기 포기 발언은 당장의 응징을 피하고 시간을 벌어보려는 기만 또는 지연전술일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오바마는 첫 임기 첫해인 200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평화상위원회로서는 미래의 업적을 기대하고 단행한 투자였다.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고 추가 사용을 막으려는 오바마의 노력은 성공해야 한다. 오바마가 실패하면 세계는 반(反)인륜 범죄에 대한 단죄와 인명 존중을 말할 수 없게 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시리아#화학무기 공격#버락 오바마#북한#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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