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중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 건조 프로젝트가 중국 지방정부에 의해 확인됐다. 중국 창저우 시 신문판공실은 1월 31일 트위터에 “창저우 시의 한 업체가 두 번째 항모에 들어갈 전기 케이블 납품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가 다롄에서 두 번째 항모가 건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3년 전 취역한 랴오닝함에 이어 두 번째 항모를 확보하면 서해를 더욱 확실하게 내해(內海)로 장악할 수 있다. 랴오닝함은 미국 항모처럼 종합전투 능력을 갖추지 못했지만 두 번째 항모는 명실상부한 불침(不沈)항모로 건조돼 주변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의 항모 확충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우려나 반대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중국은 5년 전 천안함 폭침 이후 미국이 한미 훈련을 하면서 항모 조지워싱턴함의 서해 진입을 추진하자 강력 반발했다. 국내 일각에서도 동조해 미 항모의 서해 훈련은 취소됐다.
중국의 군사력 확충에 대한 무관심은 “중국이 반발한다”는 이유로 제기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론의 순수성을 의심하게 한다. 중국 항모는 우리를 겨냥할 수도 있는 공격용 무기다. 반면 사드는 미사일 방어용 방패다. 현실적 위협인 중국 항모는 모른 체하고 한미가 배치 여부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사드에 반대하면서 어떻게 국가를 지키겠다는 건가.
해군 작전사령관을 지낸 송근호 한국해양전략연구소 고문은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강력한 해양 팽창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서해의 군사력 증강을 남의 일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2013년 이어도를 포함한 지역에 방공식별구역(CADIZ)을 설정한 것은 해양 영역 확대를 노린 조치였다. 중국이 예고한 대로 서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할 경우 한중 갈등이 빚어지고 항모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에서 나오는 사드 반대론은 심하게 중국에 편향돼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1일 방송에 출연해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을 감시하고, 때로는 중국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사드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 대변인’ 같은 논리를 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승희 최고위원은 “사드가 배치되면 한반도가 중국이나 러시아의 1차 공격 목표가 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눈치 보기를 넘어 알아서 기는 듯한 형국이다. 조선시대 사대주의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아니면 중국 축구계의 공한증(恐韓症)처럼 우리가 안보 외교 분야에서 중국의 반대를 두려워하는 공중증(恐中症)에 걸린 것인가.
수년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격렬하게 반대한 세력들은 “중국을 자극하면 안보가 위험해진다”고 주장했다. 만약 한미가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할 경우 반대론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의 강화를 저지하려 든다. 미국이 한중 관계의 변수가 될 경우 한국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잣대로 중국을 보지 않는 시각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한중 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높아졌지만 노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성과다. 미국과 현 정부가 밉다고 중국 편을 드는 일그러진 시각은 ‘한중 동반자 관계’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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