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교육 톡톡]“새로운 생각과 친해지는 학습” vs “암기 교육은 코딩기능공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8일 03시 00분


‘알파고 쇼크’ 이후 서울 강남에서는 코딩 과외가 등장하는 등 코딩 교육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생들이 교육용 스마트로봇으로 코딩 실습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알파고 쇼크’ 이후 서울 강남에서는 코딩 과외가 등장하는 등 코딩 교육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초등학생들이 교육용 스마트로봇으로 코딩 실습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교육 현장에서 코딩(Coding·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을 둘러싼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2018년부터 코딩을 정규수업으로 편성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였습니다. 그런데 서울 강남 등지에서는 과열 조짐입니다. 전문가들은 코딩 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교육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경험과 견해를 자세히 전달합니다. 》

공대 교수가 무슨 얘기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나는 코딩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코딩을 접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재미가 쏠쏠했다. 6학년 때에는 간단한 게임도 혼자 만들었다. 하지만 학내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정부가 주관하는 대회에 학교 대표로 선발되면서 따로 교육을 받았는데, 나는 어려운 책을 받아들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설명을 들었다. 모르면 무조건 외우라는 식의 교육을 받은 지 한 달 뒤. 나에게 남은 건 뒤죽박죽 암기만으로 너덜너덜해진 사고였다. 나를 포함한 학교 대표들이 모두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2년 넘게 내가 좋아한 코딩이 단 4주 만에 싫어지다니….

‘알파고 대란’ 이후 코딩 교육으로 온 나라가 난리다. 벌써 강남 초등학교 부모들 사이에선 코딩 과외 열풍이 분단다. 교육부는 이미 소프트웨어 시험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기술을 가르치기 전 소프트웨어의 개념과 사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240억 달러(약 30조 원)에 이르는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자체 보유 숙박시설이 하나도 없다. 세계 최대 운송서비스업체인 우버도 자체 소유 차량이 없다. 이들이 성공한 것은 단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을 잘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다. 공유와 플랫폼이란 새로운 ‘개념의 그릇’에 소프트웨어란 기술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서비스에 대해 돈을 받는다는 과거의 개념에서 탈피해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성공했다. 이처럼 개념이라는 걸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사고 체계를 가진다는 의미다. 현재의 사고 체계로 새로운 개념에 대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인도는 전 세계 컴퓨터 전문 프로그래머가 가장 많은 나라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굴지의 기업에서 외주를 받아오는 업체들도 인도에 수천 개나 된다. 하지만 이렇게 프로그래머가 넘쳐나는 나라에서 구글과 같은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물론 MS의 최고경영자인 사티아 나델라와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가 인도 출신이지만 이들은 타국에서 공부하고 타국 기업에 취업했을 뿐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기술을 담아 줄 수 있는 개념의 그릇이었는데, 아쉽게도 이러한 그릇이 인도에는 없었다.

대학에서 전산학 수업 등을 들으며 코딩 트라우마를 치유한 나는 올 초부터 우리 아이에게 코딩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처음엔 ‘저학년 아이가 따라갈 수 있을까?’, ‘괜히 일찍 시작해서 흥미를 잃게 하지 않을까?’ 하며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석 달 정도 가르친 요즘 아이가 이제는 어느 정도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보니 시작한 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에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미디어랩이 개발한 스크래치란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누군가는 나를 ‘극성 아빠’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누군가 본다면 다소 놀랄 것이다. ‘이게 무슨 코딩 교육이냐?’고. 스크래치를 살펴보면 복잡한 컴퓨터 언어는 하나도 없고 단순한 블록 쌓기 게임 같은 작업만 잔뜩 있다. 스크래치는 컴퓨터 전문 코딩 기술 자체를 가르치기보다는 그 개념을 전달하는 학습 도구다.

내가 아이에게 직접 코딩을 가르치는 이유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키우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 앞으로 살아갈 세대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한 개념과 사고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개념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담길 개념의 그릇과 새로운 사회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코딩을 교육받은 사람들은 단순한 기능공으로 전락할 수 있다. 내가 겪은 코딩 트라우마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장영재 KAIST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
#코딩#교육#알파고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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