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전 톡톡]당신의 운전 습관, 안녕하신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6일 03시 00분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지난해 말 현재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은 3877만 명에 이릅니다. 자동차 등록 대수도 2099만 대에 달합니다. 그렇다 보니 크고 작은 교통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습니다. 사고를 유발하는 나쁜 운전 습관과 개선 방향에 대한 시민의 생각을 들어 봤습니다. 》

내 운전 습관을 고백합니다

“부서 특성상 오후 미팅이 많아요. 그런데 점심 먹고 운전하면 정말 졸리잖아요. 혼자 차에 있을 때는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불러 잠을 깨우고, 이사님이나 부장님이 같이 타시면 조용히 손을 주무른다든가 하는 식으로 잠을 깨려 노력해요.”―윤건식 씨(24·회사원)

“외국 손님들을 주로 태우다 보니까 안전 운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 대신 면세점에 갈 일이 많은데 대부분 마땅한 주차 공간이 없어서 매번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죠. 회사에서는 벌금을 물어 줄 테니 아무 데나 차를 대라고 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미안한 마음이 많습니다.”―심금식 씨(62·관광버스 운전사)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는 게 문제라는 걸 알지만 이를 지키기 쉽지 않아요. 스마트폰 때문에 차량 속도가 점점 느려지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일과 관련된 연락일까 싶어 어쩔 수 없이 보게 돼요. 가족이나 친구들이 보내는 연락은 나중에 답해야지 하면서 내버려 둡니다.”―임보연 씨(41·회사원)

“오토바이는 인도로 다니면 안 됩니다. 그 사실은 저도 잘 알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어요. 꽉 막힌 차도로 다니면 왜 이렇게 늦느냐고 독촉 전화가 계속 오니까요. 저도 양심이 있으니 최대한 천천히 다니려 하지만 가끔 인도에서 쌩쌩 달리고 경적을 울리는 배달원들을 보면 저도 너무한다 싶어요.”―장모 씨(54·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원)

“택배 차량이라 겉에 회사 로고가 도색돼 있어서 함부로 난폭 운전을 하지 못해요. 조금만 잘못해도 어느 회사의 누가 법규를 어겼다고 금방 알려지거든요. 그래서 안전띠를 꼭 착용하고 신호도 꼬박꼬박 지킵니다.”―김모 씨(50·택배기사)

내가 만난 최악, 최고의 운전자

“한번은 왕복 6차로 지하차도에 들어간 적이 있었죠. 그런데 1차로에 있던 사람이 제가 있던 3차로까지 한 번에 차선을 바꿔
들어오는 거예요. 도로에 차가 적은 편도 아니었는데 정말 놀랐죠. 운전하면서 그렇게 놀라 욕을 많이 해 본 적은 처음이었어요.”―김태희 씨(34·영어학원 원장)

“올해 초 경부고속도로 암행 순찰을 돌다가 시속 180km로 달리는 운전자를 발견했습니다. 한 30km를 쫓아가서야 겨우 붙잡을 수 있었어요. 대체 뭐가 급해서 그렇게 운전했느냐고 물어보니까 서울까지 투표하러 간다고 둘러대더라고요.”―김정삼 씨(고속도로순찰대 2지구대 경위)

“빗길에 속도 내는 게 정말 위험한 것 같아요. 비 오는 날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내다 제동이 잘 안 돼서 사고가 난 적이 있어요. 상대 차는 사고 난 티가 하나도 안 났는데 제 차는 좀 찌그러졌죠. 상대 차 차주가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는데 갓 사회인이 된 저를 보고는 학생들이 생각나셨는지 다행히 10만 원으로 합의해 주셨죠.”―윤건식 씨(24·회사원)

나쁜 운전 습관이 부른 안전사고
 

“원래는 속도를 많이 내면서 달리는 편이었어요.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출퇴근할 때 시간에 쫓기며 운전하는 일이 많다 보니 더 그랬습니다. 한번은 급하게 출근하는 길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한 버스와 부딪치는 사고가 났어요. 제가 속도를 줄이지 못했죠. 한동안은 운전대를 잡고 싶지도 않아 남편이 직장에 데려다 주곤 했어요.”―황모 씨(46·회사원)

“어쩌다 보니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열네 번이나 경험했어요.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곡선 도로에서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리다 전복 사고를 낸 적도 있죠. 여러 사고를 경험하고 나니 결국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과속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강희원 씨(55·조리사)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앞에서 달리는 트럭에서 떨어진 돌덩이가 차 앞 유리에 박힌 적이 있어요. 결국 유리를 갈 수밖에 없었어요. 짐을 많이 실은 차량은 짐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뒤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거든요.”―신선미 씨(39·회사원)

제도적 보완도 필요해요


“눈부심이 심해서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하는데 터널에 들어가면 시야가 깜깜해져요. 저처럼 안경을 끼는 사람은 그 찰나에 안경을 바꿔 낄 수도 없으니 위험하죠. 터널의 등을 주황색 등에서 발광다이오드(LED)등으로 바꿔 주기만 해도 잘 보일 텐데요.”―이정현 씨(28·자동차용품업체 대표)

“지방에는 기본적인 표지판이나 차선도 잘 표시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한번은 중앙선도 정지선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길을 달렸는데, 제가 차선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더라고요. 정말 죽을 뻔했죠. 그 후로는 제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김은수 씨(38·강사)

“운전 면허 시험이 너무 쉬운 것 같아요. 훈련받은 상태에서 도로에 나오는 게 아니라, 도로에 나와서 훈련하게 되는 상황이잖아요. 저도 처음 도로에 나왔을 때는 훈련이 부족하다고 느꼈거든요. 방향지시등을 켜고도 끼어들지 못해서 결국 끝까지 직진만 하기도 했어요.”―현모 씨(47·자영업자)
나쁜 습관, 모두 바꿉시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많은 골목에서는 사실 보행자가 발을 내디디면 차는 무조건 멈춰야 해요. 그런데 그런 골목에서도 빨리 다니는 차가 많아요. 저는 자녀가 있다 보니 그런 골목을 볼 때마다 아이들이 다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조모 씨(53·중국어 관광 가이드)

“차로를 무리하게 바꾸면서 앞질러 가는 차들도 결국 얼마 못 가서 저랑 같은 신호에 걸려서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어차피 비슷하게 도착하게 될 텐데 신호 무시하고 달려가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사고 날까 봐 무서워서 그런 사람들 근처에는 가고 싶지 않죠. 하지만 저 혼자만 운전 잘 한다고 사고가 안 나는 건 아니잖아요.”―이경진 씨(36·주부)

“제가 초보일 때는 깜빡이를 켜지 않고 끼어드는 사람, 양보해 주지 않는 사람 때문에 힘들었는데 제가 운전에 능숙해지니까 어느 새 저도 비슷해져 있더라고요. 여자라는 걸 알면 더 양보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했어요.”―최지혜 씨(34·의류회사 직원)

“요즘은 우리나라도 구급차가 오면 비켜 주는 문화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여전히 눈치를 보며 천천히 비켜 주긴 하지만 몇 년 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어요. 유럽에 비해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나아지는 모습이 전 보기 좋던걸요.”―임지연 씨(41·회사원)

“교통문화지수는 2011년 74.79점에서 2015년 78.75점으로 점점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정지선 준수율, 이륜차 안전모 착용률 등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교통사고 건수나 사망자 수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죠. 지속적인 교통안전 교육과 홍보, 단속 강화 등의 노력과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를 통해 사람들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며 운전 습관을 바꿔 간 결과지요.”―박수정 씨(29·교통안전공단 미래교통전략처 선임연구원)
 
오피니언팀 종합·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
#운전#습관#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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