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다. 마이너스 경제 성장과 유례없는 청년실업, 그리고 악화일로의 재정 적자에 빠져 허둥지둥 우파의 친기업 정책까지 채택했던 그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지지율 19%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2주 전보다 무려 21%포인트가 상승한 40%로 나왔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이 그를 영웅으로 만들었다.
사건이 터지자 그는 즉각 국민 앞에 나서서 확신에 찬 어조로 단호한 대응을 약속했고 실제로 경찰특공대(RAID)와 대테러 헌병특수부대(GIGN), 그리고 경찰 8만 명 이상을 동원해 테러와 인질극을 단숨에 진압했다. 진압이 끝나자 프랑스 전역에서 370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테러 규탄 시위를 벌였고 경찰관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아마도 프랑스 대혁명 이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시민과 공권력의 행복한 화합이었다.
정치인들의 자세도 감동적이었다. 좌와 우가 따로 없이 한마음을 보여주었고 전직 우파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도 엘리제궁을 찾아 지지와 격려를 선언했다. 국제사회도 화답했다. 11일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34개국 정상급 인사가 파리로 달려와 함께 팔짱을 끼고 행진하며 연대감을 과시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말마따나 과연 “파리가 세계의 수도(首都)가 되는 날”이었다. 그는 19일 기업가들 앞에 다시 서서 모처럼 단결된 이 시민적 활기를 경제 활성화의 동력으로 이어가자고 역설했다.
그가 만일 사건 초기에 우유부단하게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체제에서의 아랍인들’ 또는 ‘일자리 없고 희망 없는 변두리 무슬림 청년들’에 대한 공감 어쩌고 하면서 우물쭈물 시간을 허비했더라면 어찌 됐을까. 만일 교황처럼 “타 종교를 조롱해서는 안 된다. 누가 내 어머니를 욕했다면 그는 나로부터 한 대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테러범 소탕작전에 소극적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자칭 약자에게 공감한다는 모든 좌파 포퓰리스트들과 그에 반대하는 극우파 인종주의자들이 격렬한 싸움을 벌였을 것이고 정부의 허약한 틈새에 고무된 테러리스트들은 여기저기서 폭탄을 던지고 인질극을 벌였을 것이다. 외국인들은 ‘역시 프랑스는 할 수 없어’라며 경멸적인 시선을 보냈을 것이고 난장판이 된 일상 속에서 불안에 떨던 국민은 조국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버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단호한 리더십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었고 국제적 존경심을 되찾았다. 재난은 반드시 재앙만은 아니라는 것, 평상시 같으면 도저히 풀 수 없는 난제를 단숨에 해결해주는 포지티브한 기능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새삼 확인했다. 단, 권력다운 권력의 행사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과 함께. 역시 수백 년간 근대 자유주의 체제를 경험한 서구 사회는 만만치 않았다.
과도한 언론 자유를 비판하며 테러 행위를 슬며시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어느 사회건 그 사회에 필요한 질서 유지를 위해, 혹은 그 사회 고유의 보편적 이념을 위해 자유는 제한된다. 그러나 최소한 사람들을 마구 잔인하게 죽이는 세력을 비판할 자유는 절대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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