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인 A 씨와 가정주부인 B 씨는 30년간의 혼인 생활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위자료나 다른 사항들은 서로 원만하게 합의했으나 A 씨가 매월 받는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할 것인지를 놓고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A 씨는 이혼 이후 받을 퇴직연금은 B 씨에게 권리가 없다는 입장이고 B 씨는 A 씨의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지, 연금으로 받는지에 따라 다른 것일 뿐 혼인 생활에 기여한 것은 차이가 없다고 맞섭니다. 과연 A 씨의 퇴직연금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것일까요?
○ 이혼 뒤 정기 지급도 가능
이혼할 때 재산분할은 당사자 간의 협의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그러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해 재산분할 액수와 방법을 결정합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이미 수령한 때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됩니다. 반면 미수령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은 아니지만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에 있어 하나의 참작 사유로 고려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과거 판례였습니다.
그런데 2014년에 대법원은 견해를 변경해 ‘이혼 당시 부부 일방이 이미 퇴직하여 퇴직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경우 장래에 계속 수령할 퇴직연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A 씨가 가진 장래의 퇴직연금 수급권은 A 씨의 퇴직으로 이미 발생했고,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해당합니다. 또 A 씨가 매월 수령하는 연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B 씨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법의 재산분할도 가능합니다.
한편 재산분할 비율의 산정은 퇴직연금을 수령하는 A 씨의 남은 수명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수령할 연금 액수를 특정할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따라서 A 씨의 재직 기간과 혼인 기간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 때 일반 재산과 퇴직연금을 구분해 개별적으로 분할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미래의 퇴직급여도 재산분할 대상
A, B 씨의 사례는 이미 한쪽 배우자가 퇴직금을 받고 있고 장래에도 계속 받을 것이 확실한 때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퇴직금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이 퇴직금에 대해 재산분할이 가능할까요? 현재 직장에 재직 중인 C 씨와 배우자 D 씨가 이혼할 때 D 씨는 C 씨가 장래에 받게 될 퇴직금을 재산분할로 요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판례는 이혼 당시 배우자가 직장에 근무하면 퇴직일과 퇴직금 액수가 확정되지 않은 이상 앞으로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에 대법원은 견해를 변경해 장래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재산분할제도의 기본적인 취지는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 관계를 이혼할 때 공평하게 청산, 분배하는 데에 있습니다. 장래의 퇴직금은 수령 여부나 액수 등이 불확실하고 변동 가능성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부부 한쪽이 재직 중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장래의 퇴직금은 경제적 가치의 평가가 가능한 재산입니다. 변경된 판례는 이혼 시점을 기준으로 해 퇴직할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금 액수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공평하다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D 씨는 이혼 시점을 기준으로 C 씨의 장래 퇴직금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재산보다 많은 빚도 분할 허용
이 두 가지 사례와는 다르게 빚(채무)이 더 많아 나눠 가질 재산이 없는 때에도 재산분할이 가능할까요? 기존 판례는 빚이 더 많아 재산이 없다면 혼인생활 중에 형성된 공동재산이 없으므로 재산분할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2013년 대법원은 견해를 변경해 부부 쌍방의 총 채무액이 많아 남는 재산이 없더라도 일체의 사정(채무 부담의 경위, 사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 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 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재산분할이 가능하다고 판시했습니다. 혼인 생활 때 부부 공동생활을 위해 부담한 빚을 한쪽 배우자만 부담하게 된다면 부부의 양성 평등과 실질적인 공평의 측면에서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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