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부상 경미해도 구호조치 안하면 뺑소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대한변협과 함께 하는 꼭 알아야할 법률상식]

경미한 접촉사고라 해도 보행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자동차 운전자가 자칫 뺑소니범으로 몰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탄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동아일보DB
경미한 접촉사고라 해도 보행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자동차 운전자가 자칫 뺑소니범으로 몰릴 수 있다. 자전거를 탄 시민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동아일보DB
장윤정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회원이사
장윤정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회원이사
최근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 A 씨는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며칠간 야근에 시달린 탓에 오늘은 늦잠을 자 버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섰습니다. 지각할까 마음이 급해진 A 씨는 서둘러 집 앞 골목길을 운전하고 지나다가 마침 등교하고 있던 B 양을 보지 못하고 살짝 치고 말았습니다. A 씨는 깜짝 놀라 차에서 내려 넘어진 B 양을 일으켜 세웠으나 겉으로 보기에 큰 상처는 없는 것 같아 연락처만 넘겨주고 급히 자리를 떴습니다. A 씨의 조치는 적절한 것일까요?

○ 교통사고 상황이란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조치와 책임, 배상에 관해서는 ‘도로교통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정해놓고 있습니다. 도로교통법은 도로상에서 보행자 및 운전자들이 준수해야 할 여러 사항을 규정해 놓은 법으로, 해당 규정에 따르면 ‘교통사고’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해 사람을 사상케 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판례는 교통사고를 도로교통법에서 정하는 도로에서의 교통사고로 제한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판시하였으므로 ‘차의 교통’에 의한 사고는 그 장소를 불문하고 교통사고가 됩니다. 사례에서 A 씨는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B 양을 치는 사고를 저질렀으니 그 장소를 불문하고 운전을 통해 사람을 다치게 했으므로 이는 ‘교통사고’에 해당하여 도로교통법 등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 교통사고 땐 구호조치 먼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즉시 인근에 차를 세우고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있으면 겉으로는 큰 상해가 없어 보이더라도 병원으로 옮겨 상처를 살피는 등 최선의 노력을 해야 구호조치를 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가까운 경찰서에 사고 사실을 신고한 후 피해자나 경찰관에게 본인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정확하게 알려줘야 합니다. 다만 인적 피해 없이 자동차만 부서진 것이 분명하고 2차 피해가 없도록 교통안전을 확보했다면 신고 의무는 면제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낸 뒤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망간 사람에게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죄가 성립됩니다. 특히 피해자를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하거나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버리고 도주했다면 이른바 ‘뺑소니’라고 하여 면허가 취소되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의해 엄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파손되었다고 해도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처벌을 면할 수 있지만 인적 피해가 발생한 뺑소니 사고일 때는 종합보험 가입 여부 및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 연락처만 주고 떠나면 처벌받을 수도

사례에서 A 씨는 자동차로 B 양을 쳤음에도 B 양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현장을 떠났으므로 뺑소니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대법원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하지 않고 부상이 경미했더라도 운전자가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사고 현장을 떠났다거나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알면서도 인적사항만 제공하고 현장을 벗어났다면 특가법상 가중처벌을 받는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연락처만 주고 현장을 떠났어도 법이 정한 구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나중에 뺑소니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교통사고 후 자칫 뺑소니로 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5가지를 반드시 기억하고 행해야 합니다. 즉, △교통사고 발생 때 즉시 인근에 차를 세워 피해자의 상처 유무를 확인하고 △운전면허증, 명함 등을 건네 신분이나 연락처 등을 확인시키며 △본인도 다쳤다면 주변인 등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기도록 하고 △경찰서에 신고하고 보험회사에 연락해 사고를 접수시켜야 합니다. △피해자가 괜찮다고 할 때도 연락처와 신분 확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당황하여 우왕좌왕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현장을 떠나면 그게 바로 뺑소니 사고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법률이 정한 의무사항을 기억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장윤정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회원이사
#교통사고#뺑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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