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계인이 어디 있어? 지나가던 개가 웃겠네.”(누리꾼 p○○○) 이런 식빵. 에이전트41(김배중)은 눈이 튀어나오려다 가까스로 참았다. 그렇게 외계 요원이라 떠들어댔는데도 믿질 않다니. 게다가 우리 행성에선 진짜 개돼지도 웃는단 말이다! 강철 같은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에 ‘현피 뜨자(인터넷에서 다투다 실제 만나 싸우는 것)’를 두드리는 순간…. 배바지를 추어올리던 에이전트2(정양환)가 쓰윽 백 허그, 아니 백 초크(뒤에서 목을 조르는 주짓수 기술)를 건다. “말실수로 골로 가는 연예인들 못 봤어? 그간 쌓은 업적 다 무너져.”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든 41. “근데… 우린 유명하지도, 잃을 공적도 없잖아요.” 하긴. 그렇담 간만에 남 걱정 좀 하자. 셀럽(유명인·celebrity의 줄임말)들이 입(혹은 손가락) 잘못 놀려 망신살 뻗치는 세상. 천재지변은 못 막아도 인재는 줄여야 하지 않겠나. 말로 먹고사는 스피치 전문가와 연예인 입 관리에 바쁜 기획사 대표, 허구한 날 말실수 솎아내느라 눈에 불을 켠 TV 예능PD 등을 불러 모았다.》
○ 한번 삐끗하면 평생 꼬리표 될 수도
전문가에 따르면 말실수가 나오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첫째, ‘실수’다. 긴장하거나 평정심을 잃고 말이 잘못 나왔을 때다. 둘째, 배려심 결여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가 부족해 상처를 입히는 경우다. ‘떨지 말고 말 잘하는 법’의 저자인 송원섭 다이룸센터 원장은 “대체로 전자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오작동했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자기중심적 상황 판단으로 적절한 대처를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입길에 오르내리는 2005년 가수 김상혁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안 했다’가 전자의 대표적 사례다. 모 배우의 매니저 A 씨는 “아마 ‘조금밖에 안 마셔 음주운전 수치를 넘을지 몰랐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당황해서 일단 사과가 먼저라는 걸 놓친 게 컸다”고 말했다. 심각한 말실수는 세월이 흘러도 ‘주홍글씨’로 남는다.
최근 배우 하연수나 박신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논란은 후자에 해당한다. 똑똑한 ‘개념 연예인’으로 통했던 두 사람은 누리꾼들의 지적에 대해 정색하며 다소 까칠한 말투로 응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모 기획사 대표 B 씨는 “두 사람의 반응은 20대 여성이 울컥했을 때 충분히 표출할 법한 수위”라며 “허나 본인이 셀럽이고 결국 여러 입과 매체를 거치며 확대 재생산될 여지가 크다는 판단을 못한 건 경험 미숙”이라고 지적했다.
○ 참을 인(忍)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
그렇다고 셀럽이 ‘묵언(默言)수행’을 할 순 없는 일. 전문가들이 꼽는 주의사항 몇 가지를 눈여겨보자.
▽열심히 공부하세=웬 씻나락(볍씨) 까먹는 소리냐고? 아니다. 안중근 의사 보고 ‘긴도깡’이라 했다간 만시지탄이다. 최소한 회피 기술을 익혀라. 어려우면 출연 말고, 모르면 끼지 말자. 금기어도 익혀 두길. 최근 몇몇 아이돌은 적절치 못한 신조어를 무심코 썼다 혼쭐이 났다. 지난해 ‘일베용어사전’을 공개했던 이두희 프로그래머(멋쟁이사자처럼 대표)는 “자신이 쓰는 말이 최소한 어떤 배경을 지녔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일단 데뷔 전 SNS는 다 지워라. 당시 말은 셀럽에게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공개 계정도 위험하다. 지드래곤을 보라. 혹시 모르니 비공개 계정도 ‘고운 말’만 쓰는 게 좋겠다. 가족 친지도 교육해라. 누가 개고기를 먹든 말든 신경 꺼라. 셀럽에겐 연좌제가 적용된다.
▽김흥국이 돼라=말실수 안 할 자신이 없다고? 그럼 김흥국을 본받아 끊임없이 자잘한 말실수를 쏟아내라. ‘원래 그런 인간’이 돼야 한다. 다만 무지하단 평은 감수할 것. 배우는 일정 배역은 포기해야 할지도. 예능PD C 씨는 “도박에 가깝지만 이게 경지에 오르면, 역사나 정치를 건드리지 않는 한 편히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납작 엎드려라=그래도 실수는 벌어진다. 쏟아진 물이라면 선(先)사과 후(後)해명이다. 사과는 빠르고 구체적일수록 효과가 크다. 한동안 ‘손편지’가 유행했는데 요샌 인기 없다. B 씨는 “상황이 심각하다면 적잖은 기부나 사회봉사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송 원장은 “셀럽은 상대의 입장과 제3자가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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