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에서 계속) 회의실에 등장한 의문의 사내는 한둘이 아니었다. 첫 번째 사내가 무섭다고 그랬다. 두 번째 사내가 무섭다고 그랬다. 등장한 이들은 사내만이 아니었다. 첫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간 애교와 귀여움으로 어필한 부분이 많았지만 올해엔 음악 자체에 힘을 줘서 정상 자리 굳히기를 시도하지 않을까요? ‘샤샤샤’ ‘너무해’… 트와이스 말이에요.” 아이돌 비평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이다. 회의실에 들어선 것은 기실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이 호출한 인물들. ‘2017 대중음악 대예언’의 거친 임무를 수행할 특급 지구인들인 것이다. 예언은 시작됐다. 》
○ ‘가창력 깡패’ 지고 ‘음색 깡패’ 뜬다?
“혼성 아이돌 그룹이라든가, 혼밥·혼술러를 위한 감상용 일렉트로닉 음악이 뜰 수도 있죠.”(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걸그룹 A가 음반 제작을 위해 헤비메탈 밴드를 수소문하고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의 ‘베비메탈’ 같은 팀이 나올 수 있죠.”(김작가 평론가)
에이전트 7은 먼저 전문가 그룹에 2017년 대중음악계의 새 트렌드를 예언해 달라고 했다. 몇몇 튀는 답변 속에 다수는 인디 팝, 어쿠스틱 팝의 주류화를 꼽았다. 지난해 달콤한 어쿠스틱 팝을 지향해 데뷔작부터 인기를 끈 듀오 볼빨간사춘기. 그들 이후 이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이 커지리라는 것이다. “이런 팀들이 예전엔 서울 홍익대 주변에서 먼저 활동을 했다면 이젠 아이돌을 키워 온 대형기획사에서 출발할 수도 있죠.”(서정민갑 평론가)
윤의준 SBS 파워FM PD는 볼빨간사춘기, 정승환, 악동뮤지션의 예를 들며 “올해는 ‘가창력 깡패’(너무 잘해 그쪽 음악계를 평정해 버리는 스타)보다 ‘음색 깡패’가 주목받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밖에 지구인 전문가들은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영향으로 남성 아이돌의 강세”(이세환 CJ E&M 음악콘텐츠부문 부장) “옛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 및 재결성 가속화”(김윤하 평론가)가 진행되리라고 봤다.
○ 제2의 혁오는 검정치마, 김사월?
2017년은 격년으로 열리는 MBC ‘무한도전’의 ‘무도가요제’가 있는 해다. 그것이든 다른 채널이든 일단 조명만 받으면 삽시간에 대중스타로 떠오를 인디 음악가를 꼽아 달라고 했다. 이를테면 ‘제2의 혁오’….
가장 많이 지목된 인물은 검정치마와 김사월. 둘 다 인디 음악계의 스타이지만 남녀노소를 아우를 대중적 매력도 갖췄다는 점에 지구인들은 주목했다. 사비나앤드론즈, 실리카겔, 못, 슬릭, 후디, 저스디스, 잔나비, 서사무엘도 스포트라이트 한 방이 인생을 바꿀 만한 예비 스타로 꼽혔다.
에이전트 7은 ‘2017 가장 기대되는 컴백’도 의뢰했다. 검정치마가 여기도 많이 지목됐다. ‘인디 대어’ 검정치마는 작년, 재작년 통틀어 4곡의 싱글만 냈다. 6년 만의 정규작인 3집을 올해 낼 가능성이 높다. 이효리 이소라의 신보도 기대를 많이 모았다. 이 밖에 이센스, f(x), 조용필, 언니네이발관의 신작도 지목됐다.
해외 음악가 중에는 3, 4년 주기로 사후 음반을 내온 마이클 잭슨의 신작을 비롯해 벡, 테일러 스위프트, 체인스모커스, 켄드릭 라마의 신보가 심장을 두드릴 작품으로 꼽혔다. 이경준 평론가는 10년 넘게 신작을 미룬 밴드 킹 크림슨, 툴의 신보를 “감히 기대해 본다”고 했다.
○ 트와이스 vs NCT127?
‘2017년 가장 흥할 가수’를 꼽아 달라는 주문엔 넓은 스펙트럼의 답이 돌아왔다. 트와이스의 히트 행진, 신인 그룹 NCT127의 약진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서정민갑 평론가는 NCT127에 대해 “올해 더 많은 스토리를 공개하면서 SM의 세계관을 집대성해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음악 콘텐츠 강화라는 전략은 2016년엔 선택이었다면 2017년에는 거의 필수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한 배순탁 평론가의 말이 이와 통했다.
가장 기대되는 내한공연으로는 콜드플레이 콘서트(4월 15, 16일)가 꼽혔다. 박준우 평론가는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2월 18, 19일)와 함께, 영화 ‘버드맨’의 음악 작업 과정을 다루는 콘서트인 ‘안토니오 산체스 버드맨 드럼 세션’(11월 25일)을 기대했다. 조 새트리아니(2월 10일)와 저니(2월 15일)도 전문가들이 기대하는 내한무대였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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