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인물치고 평범한 글씨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 청산리대첩으로 유명한 김좌진 장군은 필압이 유달리 강하다. 필압은 일과 목표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강한 필압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저항력이 강하고 단호하며 고집스럽고 다혈질적임을 의미한다. 장군의 강하고 큰 에너지가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며 야심이 있고 비판적이며 화를 잘 내고 독선적이기도 하다. 장군은 청산리대첩 이후에 만주에서 무장투쟁을 하면서도 신민부원을 파견해 조선 총독 암살을 계획했으며 특수공작대를 국내에 파견해 국내의 작전지도 등을 작성하기도 하였다. 궁극적으로 국내로 진격해 독립을 쟁취하려는 꿈을 꾸었다.
장군의 글씨는 한 글자 한 획의 연면형(連綿型)에 가까운데 나름대로의 성취도가 있어야 쓸 수 있다. 사물의 연결과 관계를 이해할 수 있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단순하게가 아니라 복잡하게 구성된 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정과 의리가 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많은 재산과 노비를 소유한 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장군은 남루한 옷을 입은 친구를 보면 자신의 옷과 바꿔 입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으며, 거지를 보면 밥을 먹이고 자신의 옷을 입혀 보냈다고 한다. 1905년 집안의 모든 노비들을 모아놓고 잔치를 벌인 후에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전답을 노비들에게 무상으로 분배하였다.
돈(頓), 기(寄) 등을 보면 끝부분이 길게 뻗치는 대호형(大弧型)으로 나폴레옹, 도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거물의 글씨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강한 기세, 각오, 용기가 없으면 이런 글씨를 쓰기 어렵다. 모서리에 각이 많이 진 것도 굳은 의지가 있고 곧고 바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세로선과 가로선이 모두 긴 것을 보면 인내력이 매우 강하고 일을 완성하려는 욕구가 크다. 거인의 삶은 짧았지만 발자취는 강렬하고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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