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에 보관된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의 미술품 컬렉션 대부분이 위창 오세창(葦滄 吳世昌) 선생의 감식안으로 이루어졌다. 오세창은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중 한 명이기도 하지만 서화 감식 및 수집, 전각, 서예 등에서 탁월한 발자취를 남겼다. 선생은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역대 서화가들의 글씨와 그림을 모아 ‘근묵(槿墨)’ ‘근역서휘(槿域書彙)’ ‘근역화휘(槿域畵彙)’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을 편찬했다. ‘근역’은 ‘무궁화동산’이라는 뜻으로 우리나라를 말한다. 이 자료들은 서울대와 성균관대 등에 소장되어 있다.
‘부고재진상(富古齋珍賞)’이란 제목을 붙인 작품은 중국의 주나라, 제나라, 진나라, 한나라, 신나라 등 일곱 나라의 진귀한 화폐를 탁본하고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그 설명을 썼다.
그 중간에 위창 선생이 직접 새긴 아주 작은 도장 28개를 찍었는데 어떤 것은 가로세로가 3mm 정도로 너무 작아서 확대경으로 봐야 알아볼 수 있다. 이런 작은 글씨는 매우 치밀함, 신중함, 집중력, 정밀한 사고, 현실감각, 냉정한 억제, 주의력과 경계심이 있음, 근신, 겸손, 절제 등을 의미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감 부족, 열정 부족, 소극적, 망설임, 주저함, 쩨쩨함 등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논리적이고 치밀해야 하는 학자들이 주로 작은 글씨를 쓴다.
선생의 글씨는 작고 세밀하지만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어 불규칙한 특징도 보인다. 이런 특징은 예술적 감성, 창조성 등을 의미한다. 이처럼 꼼꼼하고 신중하며 치밀하면서 동시에 예술적 감성을 갖추어야 서화 감식을 제대로 할 수 있으니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화 감식은 통 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저하고 쩨쩨하게 굴면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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