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빠른 글씨지만 마지막이나 작은 부분에도 소홀함이 없고 첫 글자가 그리 크지 않고 가로선이 유난히 길다. 이를 보면 강한 인내력으로 절제할 줄 알았고 끝마무리를 잘하며 과시욕도 크지 않았다. 실제로 도산은 큰일에 정성을 다했음은 물론이요, 지극히 작은 일에도 온 정성을 다했다. 도산이 남을 향해서 성내고 욕하는 것을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口’의 마지막 부분이 열려 있어서 돈을 모으는 성격이 아니다. 독립운동가 이갑이 전신불수가 돼 북만주의 망명여사(亡命旅舍)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 도산은 운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부인은 삯빨래를 해 저축한 돈 1000달러를 보냈다. 매우 강하지만 때로는 부드러운 필획도 있는 것을 보면 도산은 굳셈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구본진 변호사·필적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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