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영화 제작 명가 워킹타이틀의 ‘어바웃 어 보이’는 ‘인간은 섬이다’라고 생각하는 싱글남 윌 프리먼(휴 그랜트)과 학교에서 왕따에 시달리는 외톨이 꼬마 마커스(니컬러스 홀트)가 주인공이다. 우연히 만났으나 서로 마음을 열며 성장하는 이야기이자, 철없는 어른과 철든 아이, 두 남자 혹은 소년에 대한 영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어디서든 울려 퍼지는 캐럴을 만들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덕에 저작권료로 풍족하게 사는 백수 윌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싫어 독신으로 사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아이를 데리고 혼자 사는 여자와 연애하면 헤어질 때도 쉽고 섹스는 더 화끈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처지를 숨기고 ‘한부모 모임’에 나간다. 그곳에서 새 파트너를 만나는 데 실패하는 대신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엄마를 둔 꼬마와 그만 엮이고 만다.
둘만 살다간 큰일 나겠다 싶은 마커스는 엄마에게 남자를 붙여주기 위해 윌에게 찰싹 붙어 버린다. ‘아무것에도, 아무 데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독백하는 윌의 인생에 마커스는 ‘괴상한 아이’이고 그의 엄마는 ‘이상한 여자’일 뿐. 그러나 그 이상한 여자의 자살 시도 사건에 얽힌 후 윌과 마커스는 서서히 가까워진다. 병원 호송차를 따라 운전을 하면서도 ‘구급차를 따라 가면서 속도를 내는 기분은 최고였다’고 독백하는 철없는 윌.
또다시 엄마가 벌이는 충격적 모습을 혼자 목격하고 싶지 않은 마커스는 집으로 가는 대신 윌의 초인종을 매일 누른다. 철이 없거나 철들었거나 사실은 외로운 두 사람은 그렇게 꼬마가 관계를 주도하며 가까워진다. 썰렁한 농담이나 촌철살인의 유머, 주스와 맥주, TV 프로그램을 함께 나누며.
‘평생 왕따로 생을 끝내더라도 엄마를 위해 학교 록 공연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겠다’는 마커스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결국 그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는 윌. 두 사람은 쌍으로 비웃음을 당하지만, 망신은 마음속 카타르시스와 성장을 돕는다.
꼬마의 바람대로 윌은 엄마와 맺어지는가. 결코 그렇진 않다. ‘인간은 섬이다’라고 생각했던 윌이 종국엔 ‘인간은 서로 연결된 섬이다’라고 생각을 바꾸는 데는 자신의 상처를 징징대지 않는 조숙하기 짝이 없는 꼬마 덕이 크다. 마커스에겐 자신의 눈높이와 별 다르지 않은, 알고 보면 따뜻한, 관계에 대해 질척대지 않는 소년 같은 어른 윌이 친구로 있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떼로 살든 나 말고 타인을 걱정해 주는 마음이 있다면 인간은 고립된 섬처럼 외롭지 않을 것이다.
마커스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함께 종이 왕관을 쓰며 노는 두 사람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인상적인 마지막 독백을 남기며. ‘마음의 문이란 건 한 사람에게 열리고 나면 다른 사람도 들락거릴 수 있게 된다.’
바람둥이 싱글남 휴 그랜트의 연기처럼 강요하지 않고 쿨하게 사람과 인생을 얘기하는 위트 넘치는 영화다. 2002년 작(감독 크리스 웨이츠, 폴 웨이츠)인데 세련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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