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까지 한국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월드컵 때 한국인이 나의 모국인 터키를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도 생기고 형제나라라는 인식이 생겼다. 뉴질랜드에 체류하던 2005년에는 한국인 이웃, 친구들과 교류하고 한국을 방문하면서 정이 들었다. 지금 한국은 내게 정이 많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됐다. 2007년 말에 한국 유학을 택한 이유도 바로 한국인과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 때문이었다.
곧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린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이다. 대다수는 나처럼 한국에 별다른 생각 없이 찾아올 거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 한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 수는 한 해 전에 비해 25% 증가해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었었다. 2016년에는 1700만 명이 됐다.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됐다.
평창 올림픽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오는 외국인은 경복궁, 남대문시장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비빔밥, 삼계탕, 김치 등 한식을 먹고 케이팝 콘서트 등 대중문화를 즐길 것이다. 하지만 외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자랑하는 공공외교 방식 중에 세계 차세대 지도자 프로그램(IVLP)이 있다. 외국 엘리트나 희망이 보이는 젊은이들을 초대해 미국 답사를 시킨다. 단순히 여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하는 미국인들, 그리고 평범한 미국인들과도 교류하게 한다. 상호 이해도 증진되고 나아가 미국인과 초대받은 외국인 사이에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도록 해 준다. 이처럼 교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보다 더 중요하다.
여행 중에 사귀게 된 외국 친구가 있다면 그 나라 이야기가 나올 때 그 사람 생각이 난다. 아는 사람이 없다면 길을 잃고 방향을 물어볼 때 친절히 가르쳐 준 아저씨, 하다못해 친절했거나, 아니면 바가지를 씌웠던 택시운전사라도 기억나기 마련이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겠다며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 독도 지킴이 운동으로 유명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다. 이 단체가 벌이고 있는 ‘K스마일 캠페인’은 “한국이 웃으면 세계가 웃어요”라는 구호를 내걸고 외국인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이 웃으면서 떠나게 하자는 것이다. 친절이 몸에 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길에서 친절 서약을 받고 있으며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장소에 대학생 ‘미소 국가대표’를 파견하기도 한다.
반크 캠페인의 목적은 한국을 ‘내 친구의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 끝없이 한국을 자랑하는 대신 친절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면 외국인에게는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친절하고 좋은 친구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한국을 여행하고 돌아간 외국인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지인들한테 전한 한마디는 정부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벌이는 글로벌 홍보 동영상보다 훨씬 믿음이 가고 효과가 높다. 누구든 지인에게 듣는 이야기를 더 잘 믿기 마련이다.
한국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한국을 웃으면서 떠나고 한국에 대해 좋은 입소문을 내도록 하려면 온 국민이 외국인에게 한국인의 정과 배려를 보여줘야 한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애정이 생길 것이다. 평창 올림픽 때 한국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이 올림픽 이후에도 다시 찾게 만들 수 있는 동력은 한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들에게 보여주는 친절과 미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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