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재들은 기회만 있다면 대부분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교육 강대국으로 유학을 떠나려고 한다. 명문대 한국 교수들도 대부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터키 등 개발도상국도 전 세계 인재를 유치하려고 저마다 장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목적은 비슷하다. 유학, 체류 등의 경험으로 자국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높이고 미래 가교 역할을 담당할 여론주도층을 만들자는 것이다. 또 자국에는 외국인 유학생을 늘려 대학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국내 학생들이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국제화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자는 포석도 갖고 있다. ‘공적개발원조(ODA)’라는 책임감마저 지닌 국가라는 이미지도 갖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한국도 1967년부터 외국인 우수 인재들을 위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프로그램을 확대해 많은 외국인 학생이 한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자비 유학생을 포함해 국내 유학생은 2004년 1만6832명에서 2005년 2만2546명, 2016년 10만4262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장학 프로그램이 기대하는 목적을 잘 달성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필자는 한국 정부 초청 외국인장학생 출신이자 공공외교 분야 연구자로 이런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국립국제교육원 도움으로 정부 초청 재학생 1561명과 동문 7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동문 응답자 60%는 장학금이 없었으면 한국에서 공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장학프로그램이 외국인 학생들을 한국에 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커리어에 장학프로그램이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질문에는 동문 응답자의 67%가 ‘아주 많이’, 30%는 ‘어느 정도’라고 답했고, ‘기여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람은 3%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동문들 중 49%는 기업, 26% 대학, 10% 국가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동문 응답자 중 72%는 한국에서 받은 대학 교육에 만족했고 83%는 한국 생활도 좋았다고 답했다. 61%는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자주 사용했고 35%는 가끔 사용한다고 답했다.
자신이 해당 분야의 최고 책임자라면 한국의 정책을 모국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사람도 많았다. 응답자의 85%는 경제발전과 치안 분야에서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답했으며 의료분야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응답자도 78%에 달했다. 농촌개발(72%), 고등교육(61%), 법률제도(61%), 정치제도(56%), 초등 및 중등 교육(54%)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공공외교 차원에서 바라본 장학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주요 특징은 관계 형성을 중심으로 하는 쌍방향의 교류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유학생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에 대해서만 알게 되는 것뿐 아니라 한국인과 관계를 맺고 더 깊고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경험을 가진다. 유학생들을 만나는 한국인도 해당 국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는 외국에 대한 호기심도 많기 때문에 유학생들은 모국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정부 초청 장학생 동문들 중 재학시절 연간 1번 이상 모국에 대한 강의를 한 사람이 71%에 달했다. 58%는 모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공연을 한 경험이 있었고 3명 가운데 1명은 한국 언론에서 출신국가를 소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80%는 자신들이 만나는 한국인에게 모국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응답했으며 57%는 자신을 만나기 이전에 지인인 한국인들은 해당 국가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국외국어대와 같이 외국인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에서 수학하면 국내 학생들도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할 수 있어 다양한 국가와 글로벌 이슈에 대해 많이 배우고 이해력도 높일 수 있다. 정부 초청 장학프로그램은 분명 양국의 건전한 관계 형성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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