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협박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던 해였다. 이듬해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나서 지난 2년간 몇 차례 남북, 한미 정상회담 및 남북 사회문화 교류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남북 민간 사회문화 교류가 가능하게 된 시점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다. 7·7선언 이후 남북 민간 접촉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으로 가능해졌다. 민간 교류는 실질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임기 때 활발해졌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사회문화 교류의 의미를 ‘대북 접근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000년 통일백서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북한이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남북 간 행사’라고 본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남북 관계에 있어 사회문화 교류를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2023년 여자축구월드컵, 2030년 남자축구월드컵, 2032년 하계올림픽까지 남북 공동 유치를 제안했다.
김대중 정부와 비슷하게 대북 접근을 다변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성에 기여하려는 의지는 좋다. 다만 2013년 통일백서에 나온 이 경고는 아직도 의의가 있다.
‘남북 간 대화에 있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남북 대화를 위해서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핵문제와 상관없이 항상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쉬운 것부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부터, 민간 대 민간 접촉을 늘리는 것부터,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부터 한 걸음 한 걸음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여자축구월드컵, 남자축구월드컵, 하계올림픽 모두 다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평창 올림픽 비용이 아직도 문제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중에 어느 행사가 추진에 더 적당할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남한은 시설이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어 비용이 덜 들어갈 것이라 예상을 하더라도 북한 시설은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누가 책임을 질 건지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도, 대한축구협회도 2030년 남자축구월드컵은 남북한과 일본, 중국 공동 개최로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비용이나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남북 공동 개최보다 나은 대안이다. 다만 이 제안을 중국과 일본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은 2034년 월드컵 단독 개최 신청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의 많은 어려움 때문에 다시 해 보고 싶을지, 특히 한일 사이가 나빠진 요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인 2023, 2030, 2032년은 먼 미래여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북한 혹은 남한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가 행사를 개최하고 싶지 않다고 번복하면 어떻게 되나?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 우려스럽다. 기대하는 만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공동 개최 그 자체보다 공동 개최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이 목표라면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제프리 카원 교수와 아멜리아 아르스노 교수가 이야기하듯 무엇을 위해 협력하든 간에 협력하는 과정이 가장 효율적인 공공외교라 볼 수 있다.
더 많은 노력을 공동 개최보다 더 효율적이고 비용이 덜 드는, 남북 민간이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사회문화 교류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 측도 문재인 정부만큼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대한 대화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청년 교류를 포함한 민간 교류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 만일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 교류를 추진하는 반면 북한이 남북 민간 접촉을 제한한다면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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