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로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계 한국인들의 독특한 시선, 시각, 경험, 그리고 생각 등을 담는 코너다. 나도 2018년 1월 원고 청탁을 받은 뒤부터 꾸준히 글을 썼다. 이번 글은 올해의 마지막이자 총 19번째 칼럼이다. 매번 느끼지만 좋은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숙제다. 글도 글이지만 서로가 의식하지 못한 생각의 차이로 그 어려움이 더 커질 때도 있다.
아마도 이 코너를 운영하는 취지는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혹은 운전 중, 카페와 음식점에서, 아니면 이사를 하면서, TV를 보면서,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영화관에서, 찜질방에서, 공항에서 경험했던 것 등 평범하고 소소한 것들을 소재로 공감할 수 있는 얘기들을 들려달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의 경우 이런 주제를 다룰 때 어려운 점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나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벌써 12년 됐고 귀화까지 해서 한국에서 경험하는 일들은 대부분 다른 한국인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나는 평범하고, 평범한 것이 좋은 대학교수다. 최근 어떤 방송국에서 나의 한국 삶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다. 나는 그냥 교수고 내 삶이 방송에 나갈 정도로 재미가 있지도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 코너에서도 내 일상생활 경험을 썼을 때 누가 관심을 가지고 볼지 고민인 것이다. 그만큼 평범한 사람이라서 말이다.
둘째, 이런 주제는 일기 혹은 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쓰는 느낌을 준다. 내 일기는 나만 보고, 내 SNS도 나의 공간이니까 일상생활을 써도 되는데 신문을 통해 내 사생활을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나는 평범하고 싶어서 말이다.
셋째, 나는 외국계 사람들과 한국인의 다른 점에만 집중하는 방식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대다수 매체는 독자 혹은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내용에 집중한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 사람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비슷한 것을 즐기고, 비슷한 것을 목표로 두고, 비슷하게 살아가는 외국계 주민들의 그 평범한 모습은 언론에 비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계 주민들이 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것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또는 외국계 한국인들의 삶이 꼭 재미있게 비쳐질 필요가 있을까? 내 생각에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처럼 똑같은 사람이며 평범할 수도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코너에 한국에서의 경험보다 나 개인의 시각과 생각을 주로 쓰게 되었다. 지금까지 10번은 한국 공공외교, 3번은 한국 대외정책, 5번은 한국 사회 혹은 다문화 관련 글을 썼다. 독자들은 내 이름과 사진을 보고 내가 외국계인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러기에 따로 글에서 이 시각이 외국계 한국인으로서 나의 생각이라고 강조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사실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름 밑에 터키 출신 한국인이라고도 쓰여 있다. 나는 이 사회의 일원이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인데, 내가 쓰는 글과 상관없는, ‘터키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꼭 거기다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나는 하루하루 일상생활이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한 것이 좋다. 다만 외국인으로 오랫동안 새로운 나라에서 살다가 이 나라 국적으로 귀화하면 아무리 평범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삶을 줌아웃 하고 큰 그림을 봤을 때 한국의 삶에는 진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많다. 앞으로 이런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도 가끔씩 쓸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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