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가상 시나리오’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2002월드컵축구대회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반드시 첫 상대인 폴란드를 꺾고 마지막 상대인 포르투갈이 미국과 폴란드에 압승을 거두길 바라야 한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50일 앞두고 이 같은 시나리오가 입체감을 더해가고 있다. 폴란드 간판 스트라이커 올리사데베(24·그리스 파나티나이코스)가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포르투갈 천재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30·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는 부상 터널에서 벗어나 잰걸음을 걷고 있는 것.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폴란드에 귀화한 올리사데베는 지난해 12월 파라과이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고도 해고당한 세르히오 마르카리안 감독이 파나티나이코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좀처럼 선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폴란드 언론은 그리스 클럽 내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7일 일본전에서 졸전 끝에 0-2로 패하자 언론은 “소속팀에서 벤치만 지킨 올리사데베가 몸이 불어 제대로 뛰지를 못한다”고 맹 비난했다. 올리사데베는 “근육이 불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서운한 감정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올리사데베에게 팀 공격력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는 폴란드 대표팀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미하우 리스트키에브치 폴란드축구협회장은 최근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진출할 경우 한국보다 최소 5배 이상의 보너스를 주겠다”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18일 열리는 루마니아 초청 평가전은 올리사데베에게 최대의 위기이자 기회인 셈.
28일 한국이 2-0으로 이겼던 핀란드에 1-4로 완패당한 포르투갈은 루이스 피구의 부상 회복에 찬가를 부르고 있다.
2월20일 챔피언스리그 FC포르투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 부상을 한 피구는 한달여 공백 후 7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프로축구 1부리그) 라요 바예카노전에서 후반에 교체 투입돼 페널티킥으로 득점하며 복귀했다. 11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는 보다 출장 시간을 늘릴 계획.
피구가 빠르게 정상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포르투갈은 핀란드전 참패의 악몽을 훌훌 털어내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가 “피구가 빠진 포르투갈은 평범한 팀에 불과하지만 피구가 합류하면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평가하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피구가 합류한 가운데 18일 리스본에서 갖는 브라질대표팀과의 평가전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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