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의 하락세는 올초 북중미골드컵대회까지 이어졌고 2002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 축구팬의 희비도 덩달아 엇갈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사령탑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유럽 전지훈련 때 가진 세 차례 평가전에서 무실점 경기로 1승2무를 기록한 히딩크 감독은 20일 코스타리카전에서도 2-0으로 쾌승,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부터 체계적으로 실행해온 체력 강화 프로그램도 서서히 저력을 드러내고 있고 삐걱거리던 대표팀 내 신구 조화, 공수 균형도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한마디로 월드컵 사상 최고의 성적을 향한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은 것.
“이 기세로 계속 갈 것”이라며 활짝 웃은 히딩크 감독은 21일 파주 국가대표팀 전용트레이닝센터에서 시작된 대표팀 합숙 훈련에 때맞춰 하얏트호텔 생활을 청산하고 선수들과 동고동락을 자청했다.
히딩크 감독의 인기도 강한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자친구 문제 등으로 비판적이었던 국내 여론도 호의적으로 돌아섰고 마침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가 최근 “올 12월18일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창단 100주년 기념 경기 때 히딩크 감독을 세계올스타팀 사령탑에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안팎으로 경사가 겹쳤다.
이에 반해 기세 등등하던 트루시에 감독은 한풀꺾인 모습. 이와 함께 빠른 상승 곡선을 그리던 일본대표팀도 주전들의 부상 소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일본 8강 진출 불가’ 발언으로 미운 털이 박혔던 트루시에 감독은 17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잦은 전술 실수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트루시에 감독은 악화된 분위기를 감지한 듯 이날 경기 후 “이날 공수 조율사로 나선 아가사와라와 야나기사와 같은 선수를 뽑은 내가 잘못”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한국이 20일 같은 코스타리카팀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자 일본 언론이 일제히 “이대로 괜찮은가? 한국이 일본보다 강하다. 일본이 고전했던 코스타리카 수비진을 한국은 쉽게 뚫었다”며 트루시에 감독을 비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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