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하품 나오는’ 월드컵 위생교육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27분


월드컵 대회를 앞두고 보건복지부 장관 특별고시에 따라 전국 모든 음식업소 주인에 대해 의무실시되고 있는 ‘월드컵 대비 특별위생교육’이 무성의한 준비와 이벤트식 행사 진행으로 업주들로부터 큰 불만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월드컵에 대비해 전국 음식점 업주들에 대한 특별위생교육을 실시키로 하고 한국음식업중앙회에 교육을, 각 지자체에는 관련 행정 협조를 맡겼다.

이번 특별위생교육에는 지자체별로 식품진흥기금에서 교육생 1인당 3000원씩의 예산도 지원된다.

그러나 실제 교육 내용이 업주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납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지식은 없고 뻔한 말을 강조하는 식이어서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중구 ‘특별위생교육’ 현장. 관내 음식점 업주 4000여명이 모인 이날 교육은 오후 1시반부터 4시간 동안 간단한 외국어 인사말과 식품위생법 관련 강의 1시간, 서상록 전 삼미그룹 부회장의 교양교육 1시간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심지어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인사순서까지 있었다.

그러나 교육시간 내내 행사장은 어수선했고 교육생들의 표정에서는 지루함이 묻어났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한 식당업주는 “위생에 유의하라는 얘길 꼭 이런 식으로 강제로 모아놓고 교육해야 하느냐”며 “이런 동원식 교육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 분식집 주인은 “‘시간이 돈’인 음식점 주인들에게 뚜렷한 내용도 없는 이런 교육에 시간을 내라고 하는 것은 횡포”라며 화를 냈다.

더구나 교육에 참석하지 않은 업소에는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되기 때문에 업주들로선 참석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

따라서 사람을 사서 교육장에 보내거나 일가친척 중 시간이 남는 사람을 대신 보내는 등의 편법도 벌어지고 있다. 친정어머니를 교육장에 대신 보냈다는 중구의 한 라면집 주인은 “주변에서 아예 2만원을 주고 사람을 사서 대신 보내는 업주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 해당부서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88올림픽 때도 비슷한 교육을 해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등록된 전국 식품접객업소는 70만개에 이르며 4월 말까지 이 중 60%에 대해 위생교육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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