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는 각각 남미와 아프리카 축구 강국의 격돌답게 90분 내내 박진감이 넘쳤다. 파라과이가 정교한 문전 플레이로 2점을 먼저 얻은 가운데 체력을 앞세운 남아공이 줄기찬 추격전을 벌이면서 관중석 곳곳에서는 탄성과 함성은 계속됐다. 신문과 TV를 통해서만 보던 세계적인 선수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관중 대부분은 ‘바로 이런 게 월드컵이구나’ 하고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명나는 분위기 속에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 부산월드컵경기장은 관중석이 절반도 차지 않아 옥에 티를 남겼다. 경기장 곳곳에 무더기로 빈자리가 생긴 것. 조직위원회가 공식 집계한 이날 관중은 2만5186명. 부산 경기장의 수용능력이 5만3000여명이니까 관중석은 47%밖에 차지 않은 셈이다.
빈자리 대부분은 본부석 양편에 자리잡은 ‘금싸라기’ 좌석으로 TV화면에도 자주 비치는 자리여서 안타까움은 더했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한국인 서포터스 수백명이 열띤 응원전을 펼쳤지만 관중의 시선은 텅 빈 좌석 쪽에 자꾸만 쏠렸다. 이 같은 현상은 하루 전날 울산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덴마크의 경기에서도 똑같이 나타나 조직위 관계자들의 얼굴에 근심을 드리우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TV 중계로 월드컵을 지켜보는 축구팬들은 화면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텅 빈 좌석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경기장에서 자국팀을 응원한 파라과이인 하니 델마스는 경기가 끝난 뒤 “파라과이에서도 관심이 낮은 팀의 경기에는 관중이 적게 오지만 오늘은 관중이 너무 적어 섭섭하다”고 말했다.
불가리아 ‘스포츠플러스 매거진’의 파이타셰프 루멘 기자는 또 “월드컵 경기치고는 빈자리가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축구문화가 발달한 유럽의 월드컵경기장은 규모가 2만∼3만명 정도”라며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들은 축구 문화에 비해 규모가 넘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부산〓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