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기업과 시민들이 가장 신경쓰는 날은 물론 한국팀 경기가 벌어지는 4, 10, 14일. 이날 축구 경기에 신경쓰느라 일할 분위기가 아닐 것으로 예상하는 일부 기업들은 아예 사내에 대형 TV를 설치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인근 음식점에서 회식을 겸한 단체 관전 등을 계획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업체 스포티즌은 한국팀의 경기가 있는 날엔 회사 대회의실에 초대형 프로젝션 TV를 설치해 사원뿐만 아니라 이웃 회사의 직원까지 초청해 경기를 보게 할 예정이다.
심찬구 대표(33)는 “한국팀의 경기가 열리고 있을 때 일을 계속하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전 직원이 함께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면 단결심도 생기고 능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성시에서 휴대전화기를 생산하는 바이어블 코리아도 한국팀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120인치 대형 스크린을 공장에 설치했다. 모든 직원은 경기가 시작되면 작업을 중단하고 회사측이 마련해준 맥주까지 마시며 축구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서울 서초구의 휴대전화기 생산업체 세원텔레콤은 한국-미국전이 열리는 10일 반일 근무를 하기로 결정, 직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어차피 치러야 할 행사를 축구 경기 관전과 병행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서울 양천구의 중소기업체 원정제관은 4일 한국-폴란드전이 있는 날을 아예 회식일로 결정하고 대형 TV가 마련된 인근 호프집에 예약까지 해뒀다.
또 3월 결혼한 송성근씨(33·서울 종로구)는 이날을 집들이 날로 잡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축구 경기를 즐길 예정이다.
한편 사법고시 준비생과 고3 수험생들은 월드컵 때문에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축구 경기를 보자니 공부에 지장이 있고 공부만 하자니 한국팀의 경기가 눈앞에 아른거리기 때문.
25일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는 2000여 고시생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저녁식사 시간. TV가 설치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자연히 축구 경기를 끝까지 보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고시준비생 김모씨(30·서울 관악구)는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에는 아예 저녁을 일찍 먹어 축구 중계시간대를 피하거나 식당 대신 고시원에서 과일 등으로 저녁을 때우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들은 학교와 집에서 축구를 보지말고 공부만 하라는 성화 때문에 불만이 적지 않다. 서울 K고 3년 박모군(18)은 “일부 학교에서는 축구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밤늦게까지 고3 학생들을 학교에 붙잡아 둔다”며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고 항변했다.
이밖에도 당초 예약된 각종 스케줄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회사원 김석규씨(32·서울 강남구)는 “한국전이 열리는 날 예정된 약속을 모두 취소하고 저녁시간을 비워뒀다”며 “이달 초로 예정됐던 고교동창회도 4일로 조정하고 장소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전광판 앞으로 해 단체 응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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