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한국이 동시에 출전한 이날 일본인들은 첫 출전한 중국이 코스타리카에 석패하고, 두 번째 출전한 일본이 벨기에에 호각의 게임을 벌여 처음으로 승점을 올린 데 이어, 한국이 강적 폴란드를 2-0으로 제압하자 “출전 경험에 따른 결과가 나왔다”며 한국의 승리를 축하했다.
월드컵 공식 신문인 아사히신문의 오기야 다다오(荻谷忠男) 월드컵 취재본부장은 “한국의 승리는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의 의미를 더욱 깊게 했다”며 “일본전과 한국전이 열린 4시간 동안 일본과 한국이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잘 싸웠지만 우리도 하루빨리 한국이 느낀 승리의 감격을 맛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한국전 경기가 끝나자마자 ‘한국, 월드컵 첫 승리’라는 제목으로 ‘속보 호외’를 발행했다. 이 호외는 아사히신문이 경기장이 있는 10곳과 도쿄(東京) 후쿠오카(福岡) 나고야(名古屋) 등 13곳에 설치한 ‘뉴스 스퀘어(뉴스광장)’에서 발행하는 것으로 한 곳에서 3000여장씩 모두 4만여장을 발행해 행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호외는 아사히의 홈페이지(asahi.com)에 올려 네티즌들이 컬러프린터로 뽑아 기념으로 가질 수 있다.
○…일본과 벨기에전이 열린 4일 오후 6시부터 일본열도는 들썩였다. 그러나 거리는 차량과 행인이 줄어들어 오히려 조용했다. 2-2로 비긴 데 대해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아쉽다, 그러나 잘했다”고 말했다. ‘아쉽다’는 것은 호각의 경기를 벌이며 이길 수도 있었던 게임을 놓쳤다는 것이고, ‘잘했다’는 것은 H조 최강의 팀인 벨기에와 비긴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것.
이날 거의 빈자리 없이 사이타마 스타디움을 메웠던 관객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스타디움을 뒤로 했다. 일본이 예상외로 선전을 펼치자 일본 국민들은 “다음 게임에서 러시아는 이길 것”이라며 “16강도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일본의 대형 건물들은 남아서 함께 경기를 보는 사람들로 인해 환하게 불을 밝혔으며 환호성이 밖에까지 터져 나왔다. 젊은이의 거리인 도쿄(東京) 시부야(澁谷)와 하라주쿠(原宿) 등의 음식점과 카페 등에는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은 서포터스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일본은 이번 경기에 대해 ‘역사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우선 승점 1점을 얻은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월드컵 출전 두 번째인 일본은 첫 출전한 98년의 프랑스대회에서 3패를 해 승점을 얻을 수 없었다.
또 비록 한때이긴 했지만 2-1로 리드한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이 월드컵에서 리드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비기긴 했지만 2점을 따낸 것도 일본의 자랑. 일본팀도 공격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선수들이 다음 경기에서도 선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필립 트루시에 일본팀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흥분된 어조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일본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훌륭한 결과를 얻었다”며 “비기긴 했지만 공격력을 보여준 역사적인 경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선수들의 몸이 굳어 있는 등 문제점이 있긴 했지만 조금 지나 현명하고 성숙하게 공격력을 살려 좋은 경기를 벌였다”며 “나는 만족하고 나머지 두 경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역전골을 성공시킨 이나모토 준이치(稻本潤一·영국 아스날)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벨기에는 예상대로 강한 팀이었다”면서도 “우리도 하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여유를 보였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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