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월드컵 첫 승이란 한국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태극전사’들은 또다른 역사 창조를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폴란드를 무너뜨리고 4일 밤늦게 훈련캠프지인 경주 현대호텔로 돌아온 한국축구 대표선수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곧 잠자리에 들어 대부분 5일 낮 12시까지 곤히 잠을 청했다. 국내외 취재진 등 50여명이 오전 일찍부터 현대호텔에 진을 치고 온통 대표팀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봤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나란히 황금골을 낚아내 1승 주역으로 활약했던 황선홍과 유상철이 축하를 해주려고 호텔로 찾아온 가족들과 1시간 정도 즐거운 한때를 보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
폴란드전에서 각각 허리와 왼쪽 무릎을 다친 황선홍과 유상철은 이날 경주의 한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았다. 대표팀 김현철 주치의는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날 두 선수는 가족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 큰 부상은 아님을 보여줬다.
허진 언론담당관은 “선수들이 녹초가 돼 얼씬도 안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마디로 대표팀 숙소인 현대호텔은 큰 폭풍이 지나간 뒤 느끼는 고요함으로 가득했다. 오후 1시나 돼서야 선수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하나둘씩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점심을 먹고 나타난 박지성은 “오전에 뭐했느냐”는 질문에 “너무 피곤해 잠만 잤다”고 말했다. “다른 선수들은 뭐했느냐”고 묻자 “아무도 안보여 잘 모르겠다. 아마 자고 있었을 것이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박지성은 또 “사상 첫 승을 했는데 어제 팀 분위기는 어땠느냐”는 물음에 “평가전을 마쳤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팬들의 메일을 확인한 뒤 곧 객실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온통 축제분위기인 부산을 떠나 경주로 와 너무 기쁘다. 경주는 선수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은 긴장감을 떨쳐내는 날이고 내일부터 다시 미국전을 대비한 훈련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표팀은 이날 오후 경주시민운동장에서 간단한 회복훈련으로 컨디션을 조절했다.
경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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