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환희…아쉬움…곤혹 희비 엇갈린 한중일 감독

  • 입력 2002년 6월 5일 19시 52분


‘외국인감독들의 희비.’

한국 일본 중국 등 극동 3국이 나란히 출전한 4일 각국 외국인 감독의 웃음과 탄식이 엇갈렸다. 월드컵에서 그동안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이들 3국이 1승 해결책으로 동시에 꺼내든 카드는 외국인 감독 영입. 첫 경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1승1무1패로 ‘3국3색’. 감독들의 표정도 각기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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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도전 48년 만에 첫 승을 일궈낸 한국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경기가 끝나자 주먹을 불끈 쥔 오른팔을 치켜올렸고 일본의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은 앞으로 뻗었던 양팔을 거둔 채 한숨을 내쉬었다. 13억 인구의 응원을 받았던 중국의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경기 내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다 결국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히딩크 감독은 “어젯밤 늦게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사람들이 그때까지 거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듣고 반응을 알게 됐다”며 한국팀의 1승 축하분위기 속에 둘러싸였고 “일단 휴식을 취하며 승리를 만끽하겠다”는 등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대한 평가도 급상승했다.

올해 초 북중미골드컵에서 부진했을 때까지만 해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월드컵에서 1승을 일궈내자 네티즌 사이에 “히딩크를 영원히 한국에 있게 하기 위해 그를 한국인으로 만들자”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일약 영웅이 되었다.

벨기에전에서 비긴 트루시에 감독의 얼굴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2-1의 리드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무승부를 허용한 것이 못내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더욱이 일본 축구관계자 및 일본 언론과 잦은 충돌을 빚어왔던 그였기에 첫 승을 누구보다도 기다리던 터였다. 그는 경기직전 일본팀을 낮추고 상대팀을 높이는 등 경기결과에 따른 후유증을 없애기 위한 고도의 언론플레이를 펼쳤지만 실제 경기에 들어서자 벤치에 앉을 줄 모르고 승부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후반 동점골과 역전골이 터졌을 때 펄쩍펄쩍 뛰며 양팔을 쳐들었던 트루시에 감독은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경기결과에 만족한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승점을 따냈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명성이 자자한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90년 자신이 감독을 맡아 월드컵 첫 출전 및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던 코스타리카에 패해 더욱 자존심을 상했다.

그는 중국팀을 맡고 나서도 또다시 월드컵본선진출에 성공, 일약 영웅이 됐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고전이 예상된다. 밀루티노비치 감독은 “아직 두 경기가 남아 있다”고 말했지만 브라질, 터키 등 강적들이 기다리고 있어 다소 부담스러운 처지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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