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너무도 무기력한 …

  • 입력 2002년 6월 5일 23시 27분


미국 선수들이  서로 포옹하며 승리를 자축하는 가운데 주앙 핀투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수원〓특별취재팀]
미국 선수들이 서로 포옹하며 승리를 자축하는 가운데 주앙 핀투가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수원〓특별취재팀]
‘미국이 월드컵마저 정복한다면?’

지구촌 스포츠 중 미국의 발아래 무릎을 꿇지 않은 종목은 거의 없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은 스포츠에서도 그만큼 제왕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축구에서만은 그동안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고 그나마 2000년 미국여자월드컵 우승으로 절반의 성공을 이룬 것이 위안거리였다.

그런 미국은 5일 2002월드컵 우승후보 포르투갈과의 첫경기에서 3-2로 승리하며 월드컵 제패도 결코 꿈이 아님을 증명했다. 미국의 승리는 프랑스가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패한 데 이어 이번 대회 또 하나의 이변.

이날 포르투갈은 89년과 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 뒤 2000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이끈 ‘황금세대’가 주축이 된 팀답지 않게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무기력했다. 특히 공격의 시발점인 루이스 피구의 부진으로 패스에서 ‘배달사고’가 잦았던 것이 치명타였다.

저돌적이고 스피드에서 앞선 미국은 틈을 놓치지 않았고 융단공격을 쏟아부으며 상대의 자책골을 포함, 무려 3골을 먼저 뽑아내며 멀찍이 달아났다.

미국의 첫 골이 터진 것은 전반 4분. 존 오브라이언이 동료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헤딩슛 이후 포르투갈 골키퍼 비토르 바이아의 손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가볍게 골대 오른쪽 모서리로 차 넣었다.

미국의 두 번째골은 포르투갈 조르제 코스타의 자책골로 얻은 것. 랜던 도너번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강한 슈팅이 코스타의 머리에 맞은 뒤 방향이 바뀌며 골키퍼가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네트에 꽂혔다. 미국은 이어 36분 토니 새네가 오른쪽 코너에서 센터링한 공을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몸을 날리는 헤딩슛으로 마무리하며 3-0으로 달아났다.

포르투갈로선 전반 39분 피구의 코너킥을 베투가 골로 연결하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채 전반을 마친 것이 그나마 다행.

포르투갈은 후반 들어 컨디션 난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후반 26분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자책골로 한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파울레타가 센터링으로 문전에 띄운 공을 미국 수비수 제프 어구스가 걷어낸다는 것이 그대로 골문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포르투갈은 기세를 놓치지 않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미국의 역습도 만만찮았다. 포르투갈의 공격은 중원에서 어김없이 차단당했고 마음과는 달리 공은 오히려 포르투갈의 문전에서 더 오래 머물며 더 이상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美 승리이끈 도노번

그는 작지만 빨랐다. 앳된 얼굴에는 솜털이 바람에 날릴 정도였지만 그가 공을 잡은 순간에는 누구도 그를 스무살 애송이로 보지 않았다.

5일 열린 D조 미국과 포르투갈전에서 미국에 승리를 안긴 사실상의 주역인 랜던 도너번(새너제이 어스퀘이크스)은 ‘축구 황무지’인 미국에서 프로축구 회생을 이끌 희망.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크) 후이 코스타(AC밀란) 세르지우 콘세이상(인터밀란) 등 유럽 최강의 미더필더진을 갖춘 거함 포르투갈호는 이날 도너번의 스피드와 재치에 번번이 농락당했다.

사실 공격형 미더필더인 도너번의 선발 투톱 출장은 의외였다. 스트라이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의 짝으로 경험 많은 클린트 매시스가 예고된 상황이었으나 매시스의 무릎 부상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 바람에 선발 투톱의 한 축을 형성했다.

도너번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m73 67㎏의 작은 몸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돌파로 팀의 활력을 불어넣었고 후반 30분 조맥스 무어와 교체될 때까지 2번의 결정적인 슈팅으로 포르투갈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29분 조르제 코스타의 자책골도사실상 그의 득점이나 다름없었다. 노련한 코스타와 페르난두 코투가 버틴 포르투갈 포백수비라인이 번번이 무너진 것도 도너번의 쉴새없는 돌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0년 10월25일 멕시코전에서 처음 A매치에 데뷔한 도너번은 이날까지 모두 24번의 A매치에서 5골을 기록중이다.

한편 도너번은 “한국전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스트라이커로 나설지, 아니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자신 있다. 꼭 골을 넣겠다”고 말했다.

수원〓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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