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가 인저리 타임에 터진 킨의 동점골로 극적으로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반면 2002한일월드컵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노렸던 독일은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해 기회를 다음으로 넘겨야 했다.
첫 골은 독일이 잡았다. 독일이 자랑하는 ‘중원 사령관’ 미하엘 발라크와 ‘신성’ 클로제가 완벽한 호흡을 맞추며 골을 합작해낸 것. 전반 19분 미드필드 왼쪽 중앙에서 공을 몰던 발라크가 대각선 전방으로 그림 같은 크로스 패스를 올렸다. 달려들어가던 클로제는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회전이 잔뜩 걸려 날아온 공에 머리를 댔다. 공은 그라운드를 맞고 튀면서 아일랜드 골키퍼 셰이 기븐의 겨드랑이 사이를 지나 골 네트를 갈랐다. 독일은 이후에도 양커와 클로세가 번갈아가며 아일랜드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추가골을 올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일랜드에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격은 독일의 공세보다 거셌다. 전반 24분 매슈 홀런드의 오른발 슛이 골문을 살짝 비켜간 것은 아일랜드의 불운. 하지만 아일랜드의 나머지 기회가 무산된 것은 ‘세계 최고의 골키퍼’ 올리버 칸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경기 종료 직전 킨의 골이 터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칸의 선방은 눈부셨다. 아일랜드의 센터링은 공격수에게 가기도 전에 칸의 손에 걸리기 일쑤였고, 간혹 잡은 아일랜드의 슈팅 기회는 몸을 날리는 칸의 선방에 번번이 무위로 끝났다. 칸은 후반에도 여러 차례 아일랜드 공격진과 홀로 맞닥뜨리는 위기를 맞았지만 그 때마다 몸을 날려 막아냈다.
칸은 제 몫을 다 했지만 독일 수비진은 그렇지 못했다. 부심이 남은 시간을 알리고 난 뒤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독일 수비는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아일랜드 미드필드부터 두 번 만에 넘어온 로빙 패스가 독일 골 에어리어 중앙에 서 있던 킨의 발 앞에 떨어졌다. 독일 수비수 2명이 킨 주변에 있었지만 그를 막지는 못했다. 킨의 슛은 칸의 손을 맞고 다시 골대를 한번 때린 뒤 네트를 흔들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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