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은 5일 “일어나 보니 대단한 승리가 거둬져 있다”는 표현으로 국민의 무관심 속에서 이른 아침에 ‘뜻밖의 승리’를 거둔 미국팀을 칭찬했다.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포르투갈의 공격력에 주눅이 든 미국팀을 비꼬듯 보도했던 언론의 태도는 자국팀이 얻은 3골로 완전히 바뀌었다. 경기에 앞서 CNN방송은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가 브루스 어리나 미국 감독에게 악몽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하는가 하면 CBS방송은 “4년간 준비하고도 선수 라인업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경기 직후 CNN방송은 “1950년 이후 월드컵에서의 가장 멋진 승리를 거뒀다”면서 “미국의 꿈이 시작된다”고 전했다. 경기를 중계한 ESPN2는 “톱스타 클라우디오 레이나와 클린트 매시스가 빠진 미국팀이 제대로 플레이를 해 역사를 뒤흔들었다”면서 “어리나 감독은 만물수리꾼”이라고 치켜세웠다.
어리나 감독은 경기 전 “포르투갈의 약점을 찾지 못했다”(폭스뉴스)고 말했지만 승점 3점을 따낸 후엔 여유 있는 표정으로 “작년 12월부터 포르투갈전에 대비했고 포르투갈의 약점을 찾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잘 뛰어 이길 수 있었다”(ESPN2)고 말했다.
○…낙승을 기대했던 포르투갈 국민은 자국팀이 미국에 어이없이 패하자 경악하는 모습이었다. 포르투갈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클릭스는 경기 직후 ‘먹잇감이 사냥꾼을 잡아챘다’라는 제목의 머리기사 아래 경기종료 후 실망한 표정이 역력한 루이스 피구 선수의 사진을 띄웠다. 온라인신문 디아리오 디지털도 “포르투갈은 최악의 방법으로 월드컵 본선진출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월드컵 중계 시청을 위해 TV가 설치된 카페에 몰려들었던 포르투갈 축구팬들은 패색이 짙어지자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대부분 자리를 떴다.
주포르투갈 한국대사관 노성민 서기관은 “리스본 시내 공원 등에 대형스크린이 설치돼 시민들이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면서 “경기가 끝난 뒤 실망한 때문인지 평소 떠들썩하던 도시가 조용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는 강호 독일을 맞아 0-1로 지다가 경기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넣어 극적인 무승부를 이루자 온 나라가 흥분의 도가니. 더블린 시내 선술집인 펍(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전하던 축구팬들은 극적인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자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다.
주아일랜드 한국대사관 임정택 서기관은 “아일랜드 대표팀의 주장 로이 킨 선수가 감독과의 불화 때문에 중도 귀국하면서 국민이 걱정을 많이 했으나 카메룬에 이어 독일과도 극적인 무승부를 이루자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라고 전했다.
더블린 시민들은 이날 경기가 끝나자 아일랜드 국기를 흔들며 시내로 뛰어다녔으며 차량마다 아일랜드 국기를 꽂고 경적을 울렸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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