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들 사이는 그동안 좋지 않았다. ‘별난 사람’이란 별명을 가진 나카타를 다루는 일이 ‘용병 감독’ 트루시에로서는 다른 대표선수 모두를 추스르는 일보다 버거웠다. 나카타는 이따금 외신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트루시에 감독을 비난했고 감독은 그런 나카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팀이 월드컵 대회 직전 마지막 A매치인 스웨덴과 경기를 갖기 전날인 5월27일 기자회견장에서 나카타를 극찬했다.
“그는 헌신적인 태도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정말 훌륭한 선수다.”
감독이 팀의 에이스에게 그 정도의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트루시에 감독이 ‘별난 사람’ 나카타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카타는 특히 ‘언론과의 전쟁’을 통해 괴팍한 이미지가 더욱 강화됐다. 프랑스월드컵대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치러지던 97년 무렵부터 그는 일본의 언론 매체와 상대하지 않았다. 유럽의 프로팀 진출에 대한 추측 보도가 난무하면서 기분이 상한 나카타는 매스컴을 불신하게 됐고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팬들을 상대로 정보를 발신하기에 이르렀다. 경기 후 인터뷰장에서도 영어나 이탈리아어 질문에는 대답하면서도 일본기자들의 질문은 무시했다. 당연히 언론은 그를 헐뜯다시피 했고 나카타는 더욱 언론을 싫어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대표팀 합류이래 일본 언론매체와 화해에 나서 인터뷰에 응했으며 벨기에전이 끝난 5일에는 이례적으로 20분간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나카타의 독특한 성격을 싫어했던 트루시에 감독은 대표팀에 나카타가 합류해 폴란드와의 A매치를 가졌던 지난해 3월부터 나카타의 달라진 태도를 보고 달리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만 알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언제나 팀을 우선시하는 나카타를 보고 흐뭇해진 트루시에 감독은 당시 일을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한 일이 있다.
“예전의 나카타는 헬리콥터를 타고 수행원 5명과 의료진 2명을 거느리고 나타났는데 그때 나카타는 자전거를 타고 조용히 나타났다.”
최근 일본팀의 상승세에는 지휘관과 에이스의 관계 개선, 나카타의 태도 변화와 언론과의 화해 등 심리적인 요소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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