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의 한 신문이 뽑은 제목은 일본의 역사적인 월드컵 첫골, 그리고 승리에 대한 열광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내준다. 일본 최고의 권위지인 아사히신문도 이날 1면 머릿기사로 일본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첫 승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러시아와 경기가 열렸던 요코하마 시내의 음식점에서는 10일 점심 식사시간에도 사람들이 어제 경기를 화제에 올리며 일본의 결선진출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즐거워했다.
세계 각국 취재진이 모여있는 요코하마의 메인프레스센터 경비경찰이나 자원봉사자들도 어제 경기 이야기만 꺼내면 싱글벙글하며 머리를 숙여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TV방송사는 9일 저녁 경기가 끝난 뒤 10일 새벽까지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이나모토 준이치선수의 득점 순간을 되풀이해 보여주며 향후 전망에 관해 전문가를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의 한 스포츠신문은 “1954년 스위스대회 예선에 참가한 뒤 무려 48년을 기다린 끝에 얻어낸 소중한 승리”라면서 “신세기를 맞아 구성된 이번 일본 대표팀은 역사에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고 극찬했다.
또 다른 신문은 “100년 뒤까지도 두고 두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과거 러일전쟁 당시의 상황에 빗대 승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 속력이 빠른 일본의 전함이 느린 러시아함대를 손쉽게 격파했던 것처럼 일본팀 선수들의 스피드가 앞섰다는 것.
또 러일전쟁 당시 제정러시아 말기의 사회 분위기가 우울한데다 발틱함대 사령관이 황제와 맞지않아 러시아 군인들의 사기가 낮아 일본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러시아팀 분위기나 감독의 통솔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감독이 해외파를 믿지 않았으며 팀 분위기도 썩 좋지 않았던 반면 일본팀은 최고의 컨디션이었다는 것.
그동안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상당수 언론매체도 이날은 “선수들에게 확고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트루시에 감독의 승리”라며 격찬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경기후 “승점 4점을 확보한 만큼 결승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커졌다”며 16강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보며 그렇지 않아도 들뜬 일본인을 더욱 열광시켰다.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오카다 타케시씨는 “선수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훈련을 해오고 러시아전을 승리로 이끈 트루시에감독에게 누구보다 먼저 감사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트루시에 감독을 칭찬했다.
14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튀니지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진출이 확정되는 기분좋은 상황을 맞아 일본인들은 적어도 며칠간은 러시아전 승리의 흥분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요코하마〓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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