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과의 아쉬운 무승부로 한국의 16강 진출 판가름은 일단 연기됐다. 이제 한국은 14일 오후 8시반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D조 리그 최종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상황.
한국이 포르투갈을 최소한 비기기만 하면 16강에 올라간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 패한다면 폴란드가 미국을 잡아주고 미국과 골득실을 따지는 경우만을 기대해야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포르투갈이 10일 폴란드를 4-0으로 완파하고 1승1패를 기록함으로써 한국의 마지막 승부처는 그 어느 경기보다 어려운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르투갈은 한국에 지면 1승2패로 16강의 꿈을 접어야 한다. 비기게 되면 1승1무1패로 미국-폴란드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좌우된다. 포르투갈이 사력을 다해 한국을 이기려할 것은 불문가지.
과연 한국이 대회 개막전까지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히던 포르투갈에 맞서 ‘최소한 무승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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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미국과의 첫경기에서는 공수 양면에 걸쳐 많은 허점을 노출하며 팀 전체 균형이 무너지면서 전반에만 세골을 허용하는 졸전을 펼쳤다. 이때만 해도 한국은 “우리도 미국처럼”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두 번째 경기인 10일 폴란드전에서 막강 공격라인이 되살아났다. 특히 문전으로 쇄도하던 파울레타가 피구의 감각적인 패스를 두 번째 골로 연결한 장면은 ‘유럽의 브라질’ 포르투갈 축구의 진수를 과시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한국으로서는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노쇠한 포르투갈 수비라인의 허점은 여전했다. 이날 포르투갈 수비는 비록 실점은 면했지만 올리사데베를 앞세운 폴란드의 발빠른 돌파에 여러차례 당황하며 실수를 연발했고 특히 체력이 떨어진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크게 흐트러지는 약점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스피드와 체력을 앞세워 포르투갈에 맞서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있다.
포르투갈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선수들의 체격이 크지않고 몸싸움을 싫어해 한국이 그라운드 전역에서 적극적인 몸싸움과 태클로 맞선다면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 특히 미국이 포르투갈전에서 선보였던 것처럼 한국이 포르투갈 공격 출발점인 피구의 발만 제대로 봉쇄한다면 경기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개인기를 앞세운 남미류 축구에 강한 면모를 보인 것도 기대를 높이는 대목.
한국으로선 포르투갈전이 이번 월드컵 공동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다. 일본은 1승 1무를 거두고 비교적 손쉬운 상대인 튀니지와의 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한국이 만약 16강에 탈락한다면 최근 일본에 내준 ‘아시아 맹주’의 자리를 한동안 되찾아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선수들이 ‘후회없는 한판’을 벌여야 하는 이유다.
대구〓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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