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팀이 브라질에 패하자 일본의 10대 소녀들은 일본팀이 터키에 패했을 때보다 더 슬프게 울었다. 잉글랜드팀은 월드컵 8강 무대를 끝으로 사라졌지만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인기는 일본에서 좀처럼 시들지 않고 있다.
이제 짐을 싸야 할 잉글랜드 팀의 귀국 비행기 시간을 알려 달라는 전화가 항공사와 일본 축구 관련 단체에 빗발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베컴을 보려는 10대 ‘오빠 부대’의 열성 때문이다. 잉글랜드팀은 그동안 홈그라운드로 여겨도 좋을 만큼 뜨겁게 일본인 팬들의 성원을 받았다.
그런 성원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잉글랜드팀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잉글랜드 팀이 한 달가량 훈련캠프장으로 사용한 효고현의 쓰나마을에서는 베컴의 동상을 축구연습장에 세우기로 했다. 청동으로 동상을 만드는 데 드는 예산은 1000만엔(약 1억원) 규모. 잉글랜드팀이 연습한 축구장 이름도 아예 ‘잉글랜드축구장’으로 바꾸기로 했다. 베컴 외에도 오언과 에릭손 감독의 동상도 함께 세우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축구장에서 ‘제2의 베컴’이 나와 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며 “마을에 커다란 긍지와 감동을 준 베컴 선수를 비롯한 잉글랜드팀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뛰어난 축구 솜씨, 잘 생긴 용모, 패션 감각이 넘치는 헤어스타일 등으로 베컴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일본에서는 이를 ‘베컴 현상’으로까지 부른다.
베컴의 사진을 듬뿍 집어넣은 자서전은 이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당초 일부 축구팬을 겨냥해 초판 8000부를 찍었던 PHP출판사는 요즘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없다. 월드컵 개막 전인 4월 중순 출판했을 때만 해도 거의 반응이 없었던 이 책은 월드컵이 개막되고 베컴이 화제로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동이 났다. 현재까지 무려 20만부가 팔렸으며 당분간 이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독자의 75%가량이 짐작대로 여성이다.
여성잡지도 이 같은 베컴의 인기를 놓칠세라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22일 발매된 ‘마리 클레르’ 8월호는 베컴의 사진을 표지로 하고 특별인터뷰 등을 넣은 베컴 특집호. 부인 빅토리아와의 이런 저런 사연과 함께 ‘밤에는 야수로 변한다’는 부인의 고백도 곁들여 여성 팬들을 더욱 흥분시키고 있다.
베컴이 몰고 온 ‘소프트 모히컨’ 헤어스타일 붐도 더해 가고 있다.
축구선수 유니폼 판매량를 보아도 베컴은 외국 선수 가운데서는 단연 톱이다.
베컴은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번 월드컵대회 최대의 우상이다.
오사카〓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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