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월드컵 구장 어떻게 됐나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8시 26분


《월드컵경기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인가. 올 6월 한달 동안 지구촌을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던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끝난 지 5개월여. 건설비용만 1조8100억여원이 든 10개 월드컵경기장이 월드컵이 끝난 뒤 운영비도 건지지 못한 채 각 지자체의 부담이 되고 있다. 온 국민의 자랑스러운 기념물이어야 할 월드컵경기장이 처한 현실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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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122억원 적자…애물단지 전락 우려

▽경기장 이용 현황

‘월드컵 열기’가 사라진 이후 월드컵경기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주 인천 수원 울산 제주의 월드컵경기장 가운데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경기가 열린 곳은 서울 부산 대전 수원 울산 전주 등 6곳뿐. 서울 상암구장에선 남북통일축구대회와 한국-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렸고 부산월드컵경기장은 10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아태장애인경기대회의 주경기장으로 활용됐다. 또 대전과 전주 수원 울산경기장은 연고 프로축구단이 있어 프로축구 경기를 유치했다.

반면 대구 광주 인천 제주경기장은 개점 휴업 상태. 대구와 인천경기장은 간간이 지역 축구동호인팀에, 광주는 청소년축구교실에 대여되고 있을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경기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제주경기장(서귀포)은 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태풍에 19칸의 지붕막 중 6칸이 찢겨져 날아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적자 운영

10개 경기장을 건설하는데 든 비용은 1조8100억여원. 이처럼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지은 경기장이 수익을 내기는커녕 운영비조차 건지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건설비용을 제외하고도 올 한해 10개 경기장 관리 및 운영 등에 들어갈 전체 예산은 253억여원. 반면 수입은 130여억원이 채 안된다. 나머지는 고스란히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데 이는 결국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원경기장은 임대 등으로 올해 10개 경기장 중 가장 많은 20억3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예상지출은 40억원에 달해 19억7000만원의 적자를 떠 안아야 한다.

서울 상암구장은 월드컵 3경기를 치르면서 받은 9억원을 포함해 각종 임대사업으로 18억90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관리운영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예상지출액은 64억원.

그래도 수원과 서울은 형편이 나은 편. 제주경기장은 올해 월드컵 경기 사용료를 빼면 수입이 단 한푼도 없다. 이 때문에 서귀포시에서 경기장 관리와 시설보수, 인건비 등으로 15억원의 예산을 따로 편성해 겨우 꾸려가고 있는 실정. 대구와 광주는 월드컵경기 임대료를 빼면 수입이 3400만원과 2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지출은 각각 13억6100만원과 15억원.

▽앞으로의 경영 계획

월드컵경기장이 이처럼 ‘밑빠진 독’ 신세를 면치 못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지자체의 살림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각 시도는 흑자를 내기 위한 경기장 운영전략을 세우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서울 상암구장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올 7월 경쟁입찰을 통해 부대시설 11곳의 운영업체를 선정했다. 이에 따라 상암구장에는 내년 할인점 및 스포츠센터, 사우나, 복합영상관, 은행, 식음료점, 예식장, 대형서점 등이 들어서게 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에 경기장 사용료(14억원)를 포함해 예상하는 내년 수입은 129억원. 내년 지출을 69억원으로 잡고 있어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나머지 9개 경기장의 수입 전망은 불투명하다. 대전의 경우 1층에 대형 할인매장과 실내골프장, 수영장, 헬스장 등을 유치한다는 계획. 울산은 경기장 주변 시설에 예식장과 고급 레스토랑, 골프연습장 건설을 추진 중이며 전주는 내년 전국체전을 개최하고 퍼블릭골프장과 놀이시설, 패스트푸드점, 패밀리레스토랑 설치를 추진할 계획. 수원도 5000평 규모의 종합스포츠센터를 내년 5월 완공할 예정이며 수영장과 골프연습장, 자동차야외영화관 등을 개장할 계획이다.

광주, 대구도 이와 비슷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부산은 시민 체육시설과 문화 예술 공연장 등으로, 인천 역시 청소년을 위한 테마공간과 유스호스텔, 캠핑장 조성 계획 등 수익 사업과는 다소 동떨어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편 배후 인구가 너무 적은 서귀포시 제주경기장은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아이맥스 극장을 비롯해 쇼핑센터, 다국적 식당가, 내국인 면세점 등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외자유치 중단으로 원점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멀리 내다본 일본

월드컵 경기를 치른 일본의 경기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10곳.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경기장 수익성’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경기 유치 경쟁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한 끝에 경기를 유치하고 경기장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때 경기가 열린 10개 경기장 가운데 축구전용구장으로 새로 지어진 곳은 3곳뿐이며 나머지는 육상 등 다목적 경기장으로 지어졌거나 기존 경기장 시설을 확장했다. 신설된 경기장 3곳은 모두 프로축구 J리그 1부 소속 팀의 홈에 지어져 현재 홈 구장으로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J리그 1부 프로축구팀이 없는 곳은 경기장 건설 당시부터 시민복지 차원에서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한다는 목적이 강해 연간 관리비를 현에서 부담하기로 하고 지었다. 지역사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됐기에 월드컵 이후 ‘무용지물’ 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과 달리 J리그 2부팀은 물론이거니와 대학팀 실업팀 사회인 아마추어 축구팀 등이 많아 각지의 경기장 활용도가 높은 이유도 작용한다.

이바라키현 축구전용구장은 유명한 가시마 앤틀러스의 홈 그라운드. 2000년과 2001년 J리그를 2연패했던 팀의 연고지이다.

또 사이타마 축구전용경기장 역시 현재 일본대표팀 감독을 맡은 지코가 활약했던 우라와 레즈의 홈 그라운드이며 고베 전용경기장도 J리그 1부 빗셀 고베의 홈 그라운드로 활용되고 있다.

삿포로 경기장은 최초 설계시부터 야구와 축구장을 겸해 사용하도록 독특한 설계 방식을 취했다. 평소엔 실내 야구경기장으로 쓰다가 축구 경기 때에는 외부에서 키운 천연잔디를 레일에 실어 통째로 실내로 이동시켜 사용하는 방식. J리그 소속 프로축구팀과 프로야구팀이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다소 외진 규슈지방의 오이타 경기장은 지어질 때는 우려도 있었지만 육상 겸용으로 지어져 앞으로 전국체전 개최장소로 활용될 계획이며 연간관리비 30억엔(약 300억원)은 건설 당시 약속대로 현에서 시민복지차원으로 지원하고 있다.

동해에 인접한 니가타의 경우 다목적용으로 지어져 월드컵이 끝난 후 ‘건강만들기 종합센터’ 등 시민 복지 시설로 활용 중이다.

이 밖에 오사카 나가이스타디움과 미야기현, 시즈오카현에 지어진 경기장은 다목적 용도로 지어져 전국 규모의 체육대회를 치르거나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요코하마 종합경기장은 일부 시설만 확장해 운영상 문제가 없는 상태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전문가 3인 ‘이렇게 활용하자’

▽강준호 서울대 교수(스포츠마케팅)〓축구로만 본다면 한국은 시장규모가 너무 작다. 월드컵경기장을 축구경기장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사람이 몰리도록 해야할 것이다. 미국 뉴욕의 메디슨스퀘어가든은 운영하는 회사를 따로 두고 농구와 테니스, 아이스하키는 물론 음악회, 연극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1년에 250일 이상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월드컵경기장을 스포츠뿐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를 여는 복합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이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이벤트 상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 수준 높은 축구경기, 멋진 음악회가 열린다면 팬들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 제주 월드컵경기장은 제주도 관광코스로 만들어 입장료를 받는 등 ‘관광상품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유지곤 체육과학연구원 박사(스포츠시설 계획 및 설치)〓월드컵경기장으로 수요를 창출하기란 쉽지 않다. 한중일 프로리그를 활성화해 시장규모를 키우는 게 대안이다. 눈앞의 수익에 급급해 돈을 벌려고만 한다면 월드컵경기장은 ‘애물단지’밖에 안 된다.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경기장을 초중고교팀은 물론 실업팀에 적극적으로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설 관리가 어렵다고 꺼릴 일이 아니다. 우선 축구의 저???늘리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시설을 놀리는 것보다는 활용해야 한다. 또한 경기장에 각종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등 지역복지 향상을 위한 공공시설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김원동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월드컵 경기장 운영경비를 프로축구팀에만 떠맡기려 해서는 안 된다. 각 프로구단이 지금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마당에 월드컵 경기장 사용료로 연간 수십억원을 내라는 것은 경기장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도시를 연고지로 하는 프로팀을 늘리는 것은 당면과제다. 실제로 몇몇 도시에서 프로팀 창단 움직임이 있다. 그런데 프로팀이 경기장 운영경비를 도맡아야 한다면 누가 팀을 만들려고 하겠는가.

10개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 및 수입-지출
건설비수입지출적자폭수입 예상
서울2059억원18억9000만원64억원45억1000만원경기장 사용료, 할인마트 등으로 연 129억원 예상.
부산2269억원11억2860만원16억2890만원5억30만원프로축구 부산 아이콘스 전용구장 임대, 대형이벤트 추진중.
대구2813억원13억7000만원13억6100만원900만원흑자프로축구팀 창단 및 구장 임대 추진중.
대전1217억원9억1800만원20억원10억8200만원프로축구 대전 시티즌 구장 전용구장 임대, 대형마트, 골프장 추진중.
광주1587억원11억원15억원4억원할인매장 골프연습장 등 연 24억원
인천1743억원12억2913만원30억4800만원18억1887만원프로축구팀 창단 및 구장 임대 추진중. 유스호스텔, 청소년테마공간 등 실시.
전주1331억원10억8248만원12억6720만원1억8472만원프로축구 전북 현대모터스 전용구장 임대.
울산1514억원13억8900만원26억원12억1100만원17억원 예상. 현재 프로축구 울산 현대 전용구장으로 연 30억원 추진중.
수원2520억원20억3000만원40억원19억7000만원프로축구팀 임대, 스포츠센터 건립 등 연 36억
서귀포1125억원10억원15억원5억원면세점, 대형극장 설립 추진중,
수입과 지출은 각 지자체의 계산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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