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美錫기자」 요즘 들어 자신의 이름보다 인기듀엣 패닉 멤버인 「이적의 엄마」로 더 많이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씨(50).그가 자식키운 이야기를 정리해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을 펴냈다. 맏이는 건축학과, 가수인 둘째는 사회학과, 막내는 인류학과에 「아들 셋을 공짜로 서울대에 보낸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소문난 책이다.
『과외 안시키고 돈봉투 한번 안건낸다고 「자식 앞길 망치는 독한 엄마」라거나 「혼자 잘난척하다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며 비웃던 사람들의 시선이 지난해 막내가 대학에 들어가자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아이들 성격이 좋다든지하는 이유가 아니라 서울대 입학이라는 외형적 사실만으로 엄마노릇을 평가하는 세상이 씁쓸하더군요』
세상의 고정관념에 화나고 속상했던 그가 자녀교육기를 쓴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바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서였다.『이 세상의 아이들은 모두 특별나다. 부모는 자녀에 대해 욕심을 버리고 흡족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이가 갖고 있는 능력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보여주기를 바라지말자. 기대치를 낮춘다면 언제나 장하고 대견스러운 아이들을 만날수 있다』
집안이 쓰레기통처럼 지저분해도 청소걱정하기보다 아이들과 뒹굴며 노는 엄마, 모르는 것은 끝까지 모른다고 하라고 가르쳐 학교에서 야단맞게 하는 엄마, 막내가 고3일때 중국에 교환교수로 가는 바람에 입시생이 도시락을 스스로 싸가지고 다니게 한 엄마. 그는 「아이들은 스스로 크는 것」이라고 일깨워준다.
『자식 키우면서 나는 늘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문제라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었어요. 자녀를 지도하려만 들지말고 나쁜 길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 일을 막지 않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는 『세상 엄마들은 다 그래』라는 말에 기죽지 않고 자기 삶에 충실해왔다. 서울대독문과 졸업후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6년간 기자생활, 아이 셋과 씨름하며 전업주부 10년 세월, 어느날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자 막내 목에 아파트 열쇠를 걸어주고 여성학 공부를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남들은 아이를 내팽겨쳤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혼자 설수 있는 자생력과 독립심을 터득했다.
그래서 그는 엄마가 외출하면 스스로 밥 챙겨먹고 엄마 식사까지 준비해놓을 줄 아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씀씀이가 세상 무엇보다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