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엄앵란씨 「불행달래기」주부대변 스타

  • 입력 1996년 12월 15일 20시 14분


「高美錫기자」 때론 슬픔이나 고통도 힘이 되며 사람을 강하게 한다. 왕년의 인기여배우 엄앵란씨(60)는 그렇게 믿는다. 오랜 공백을 딛고 주부들이 좋아하는 스타로 다시 우뚝 서게 된 올 한해를 보내는 그의 감회는 특별하다. 『일생 중 가장 영광스러운 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로서 전성기때 인기는 겉모습때문에 얻은 셈이죠. 요즘엔 길가는 주부들이 내 손을 부여잡을 때 진짜 내 삶과 내면적 모습까지도 좋아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같아 행복을 느낍니다』 번쩍이는 트로피와 꽃다발은 없지만 올해 그의 수확은 알차다. KBS 1TV「아침마당」의 고정패널로 주부마음을 대변해온 그가 펴낸 자서전 「뜨거운 가슴에 좌절이란 없다」는 발행 석달여만에 20만부를 넘어섰다. 요즘엔 아예 「엄앵란 이택림의 사랑방」(KBS2TV 오전11시)이라는 독립 문패를 내걸고 MC로 활약중이다. 『나이먹으니까 남편은 물론 모든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더군요. 방송에서 다른 부부들의 얘기를 듣다가 내가 살아온 길과 비슷한 부분이 나오면 체험도 털어놓고 남편들에 대한 불만도 그대로 쏟아내니까 주부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나봐요』 신산했던 삶의 굽이굽이가 담긴 책의 인기요인도 비슷하다. 그에게 호기심과 선망의 시선을 보냈던 동세대와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한가」고 고민하는 40대 전업주부들이 『한때 스타였던 이도 이렇게 고생했는데 그래도 나는 좀 낫다』고 위안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가족부양의 무거운 짐을 떠맡아 마음고생이 컸던 사춘기 가난. 열아홉살 데뷔후 영화출연계약서에 목도장의 이가 빠질 정도로 찍으며 돈을 벌었던 전성기 갈채, 스물여덟에 배우 신성일씨와 결혼후 겪은 고부갈등, 남편의 외도, 경제난 등 중년기까지 굴곡많은 세월. 어떤 역경도 삶에 대한 그의 열정과 투지를 꺾지못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뼈저린 고통의 순간은 남편의 첫번째 외도사실을 들었을 때 배신감으로 『정신적 허기를 채울 방법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자식과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의무감에서 그는 결혼생활을 포기하지않았다. 무조건 참은 것만은 아니다. 요체는 이렇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나 자신을 지키고 추슬러 행복을 찾으며 살아야한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라고 기다리기보다 「내가 나를 위로해준다」라고 생각을 바꿔라』상처부위를 도려내기보다 내 살이니까 품어안아 고치라는 엄앵란식 해법, 물론 신세대는 이해가 힘들다.그래도 그는 자식가진 사람들에게 이혼은 절대 피하라고 강조한다. 그대신 부부갈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상대에게서만 문제를 찾지말고 나를 들여다보라, 「내 주파수에 무조건 네가 사이클을 맞춰라」는 독불장군식 태도를 버려라 등등. 험난한 인생항해끝에 두명의 외손자를 본 그는 지금 평화롭다. 힘든 일이 닥치면 『아 터널속으로 잠시 들어가는구나』하고 생각할 것이다. 어두운 터널 끝에는 늘 햇살이 기다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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