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기자] 한평이나 될까.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주방 한구석에 숨어있는 정혜진씨(34)의 작업실. 창문하나 없는 좁은 방이지만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방」이다. 이 방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초콜릿만 만드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초콜릿은 윤기가 반질반질하게 나고 흠없이 매끈한 것을 상품으로 칩니다. 초콜릿을 만들 때는 정확하게 온도를 맞추고 실내온도도 섭씨 17도를 항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경희호텔전문대 식품영양과를 졸업한 정씨는 86년 조선호텔 제과부에 입사해 케이크와 초콜릿을 만들다가 6년전부터는 초콜릿만 전담하고 있다.
정씨가 하루에 만드는 초콜릿은 약 1천개. 평소에는 경단같이 생긴 동그란 봉봉초콜릿을 주로 만드는데 요즘은 밸런타인 데이(14일)에 판매할 하트모양의 초콜릿까지 만드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덩어리초콜릿을 녹인 뒤 형틀에 브러시로 초콜릿을 발라 굳힌 다음 떼어내면 된다. 그러나 초콜릿은 38도에서 녹이고 녹인 초콜릿은 항상 35도로 맞춰줘야 완성된 초콜릿이 부서지거나 금이 생기지 않는다.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정씨가 사용하는 온도계는 「입술」. 녹은 초콜릿을 조금 떠서 아랫입술선 부분에 살짝 갖다 대 35도를 정확히 맞춘다.
초콜릿은 들어가는 성분에 따라 크게 화이트 밀크 다크초콜릿으로 나뉜다. 화이트가 가장 달고 다크는 쓴맛이 좀더 강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이트초콜릿을 좋아하지만 외국사람은 달콤쌉싸래한 맛의 다크초콜릿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정씨는 밸런타인 데이가 해마다 화려해지는 것을 느낀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밸런타인 데이를 전후해 우리 호텔에서 초콜릿이 1백개도 채 못나갔지만 올해는 5백개도 거뜬히 팔릴 것 같습니다.지난해 초콜릿으로 만든 하트모양그릇에 봉봉초콜릿을 담은 하트박스초콜릿은 없어서 못팔 정도였거든요』
지난 10월 결혼한 정씨는 이번 밸런타인 데이에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예쁜 초콜릿을 만들어 남편에게 선물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