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히 맞선 두 여자틈에 끼인 한 남자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웬 진부한 삼각관계?」하겠지만 속단은 금물.
책제목은 「내 속 썩는 건 아무도 몰라」. 주장하는 바는 「고부싸움에 등 터지는 것은 남자고 고부 사이를 부드럽게 하는 것도 남자」라는 남자역할론. 주인공은 95년 「고부일기」를 펴낸 김민희씨의 남편이자 이듬해 「붕어빵은 왜 사왔니?」를 쓴 천정순씨의 아들 한윤수씨(49·도서출판 형제 대표)다.
어머니를 따르자니 아내가 울고,아내를 따르자니 어머니가 운다는 남자의 딜레마. 고부를 보며 『처음에는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늙은 총잡이를 귀찮게 여기다가 그가 이 시대 「마지막 서부사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연민과 존경을 보내는 풋내기 총잡이를 떠올린다』는 대목에선 고개가 끄덕여진다. 구구절절 해학과 재미를 잃지않으면서 「남자도 고부갈등의 당사자이자 피해자」라는 깨우침도 담고 있다.
『25년동안 살아오면서 고부사이에서 겪었던 실패담을 공개한 것입니다. 양쪽을 공평히 대하려고 노력하고 아예 고부문제에 무관심한 척도 해봤지만 오히려 사태만 악화되더군요』
얽힌 매듭은 엉뚱하게 풀어졌다. 80년초 불온서적을 출간한 혐의로 얼마간 도망다니다 집에 오니 화해의 물꼬가 열려있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두 여인이 뭉친다는 것을 알게된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여성공동의 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원시적 발상」이지만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진짜 해법은 따로 있었다. 어머니와 아내 입장,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을 판단하는 균형감각과 두 여자를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는 따뜻한 마음.
처만 감싸고 돈다고, 어머니로부터 보호 안해준다고 불평하던 두 사람. 이제는 『그래도 저 사람이 우리 사이에서 저렇게 늙었다』며 그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고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