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낡은 내복에 새삼스레 미안해진 남편의 편지, 시장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따라나서던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편지, 남편들이 싫어하는 아내의 행동 18가지….
10여쪽의 작은 책자에 주부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을 담은 월간 「주부편지」가 이달 초 제 1백1호를 냈다.
『아내가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가정을 건강하게 이끌면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지요』
「주부편지」 발행인으로 89년부터 매달 소책자를 내온 정연희씨(61·소설가)는 혼탁한 세상이 바로잡힐 수 있도록 사랑으로 다독이며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은 주부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씨와 함께 극작가 나연숙씨, 소설가 윤남경씨, 시인 김소엽씨 등 한국기독여성문인회 회원들이 돌아가며 글을 쓰고 외부기고를 받아 「주부편지」를 펴낸다. 매달 4만부를 찍어 후원금을 낸 1만여 가정과 교회 유치원 병원 등에 보낸다.
작년에 한 주부의 도움으로 서울 포이동에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남의 사무실에서 책상 하나에 전화 하나로 더부살이를 해왔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아내가 「주부편지」에 감동받아 별거중인 남편에게 곧바로 편지를 보내 극적으로 사랑을 되찾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5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소설 「내 잔이 넘치나이다」「난지도」 등을 펴낸 정씨는 10년째 경기 신갈에 살면서 책 읽고 글 쓰고 꽃 가꾸는 짬짬이 「주부편지」일로 서울을 찾는다.
〈윤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