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나눔의 집(경기 광주군 퇴촌면 가셋골)의 원장인 혜진스님(32). 지난 5년간의 공동체 생활을 감칠맛나는 글로 기록한 「나, 내일 데모간데이」(대원사 간)를 펴냈다.
『비슷한 처지의 아홉명 할머니들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우연히 출판제의를 받고 그들이 누구보다 큰 고통과 소외를 겪었으면서도 정도 많고 욕심도 많은 우리네 이웃 할머니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책을 냈죠』
불교인권위 총무를 맡고있던 스님이 지난 92년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에 참여한 것이 「특별한 동거생활」의 인연이 됐다. 전셋집을 전전하다 이제는 어엿한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할머니들은 사과 한톨을 놓고 네것이 크네 작네하며 금세 토라지고 화해한다. 종교도 제각각이어서 누가 소리높여 찬송가를 부르면 다른 할머니가 불만이다. 그러면 스님은 『이제와서 종교를 바꾸는 게 더 부자연스러운 일 아니냐』고 설득한다.
미국 손님을 만나 「상추 베리 마치」라고 말하고 독일 손님이 「구텐탁」이란 인사말을 가르쳐주면 일제히 「쿠데타」라고 따라하는 할머니들. 이같은 삶의 여유와 유머감각이 가슴속 한을 풀어내 승화시키는 힘의 원천임을 느끼게 한다.
『매주 수요일 빠짐없이 일본대사관앞 시위를 벌이는 할머니들을 동정받는 존재로만 여기지 말아주세요. 기지촌과 교도소 등을 찾아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여유까지 가진 분들입니다』
끝으로 스님은 『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훈 할머니의 사례처럼 일과성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미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