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신문지야?”
소문을 듣고 구경온 이웃사람들은 연방 신기해 하며 장식장을 톡톡 쳐보기도 하고 세발자전거를 스르륵 굴려도 본다.
서울 영등포역 부근 한 허름한 여인숙 골방 안. 한 남자가 왜소한 등허리를 구부린 채 종일 신문지를 말고 있다. 그의 옆에는 100% 신문지로만 만든 어른 키높이의 3단 장식장, 바구니 달린 세발자전거, 병모양의 서랍, 벽걸이용 바구니 등이 널려있다.
‘세계 최초의 신문지공예가’라고 자부하는 심우출씨(37·경기 부천시 소사동). 얼마전만 해도 그는 아내(38)와 함께 10년 넘게 꾸려온 예대미술학원의 학원차 운전사 겸 만들기 선생님이었다.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신문지 마는 기구만 달랑 들고 집을 떠나 노모가 운영하는 이곳 여인숙으로 옮겨온 지는 석달째.
“신문지공예는 등공예보다 훨씬 정교하고 지점토공예보다 단단해 생활용품을 만들어쓰는 데 제격이에요. 오래놓고 봐도 싫증이 안나지요.” 그의 말대로 신문지공예품은 물건을 올려놓고 써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생각보다 훨씬 튼튼하다. 겉에 본드를 발라 말리면 코팅이 돼 물에 젖지도 않는다.
그가 신문지공예라는 희한한 분야에 뛰어든 것은 2년 전. 재활용이 안되고 마구 버려지는 신문지들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며칠 끙끙대며 신문지기둥을 말아 첫작품 다보탑을 튼튼하게 쌓은 뒤에 자신감을 얻었다.
문제는 신문지를 나무기둥처럼 단단하게 마는 기술. 그는 철사 두 개를 이용해 신문지를 속까지 꽉 차게 말 수 있는 기구를 창안해 냈다. 이름하여 ‘종이감기공예용 종이말이구’. 얼마전 특허출원을 마쳤다.
단단하게 말아놓은 신문지기둥들은 그의 손에서 놀랍게 변신한다. 물에 담갔다가 구부리면 자전거 바퀴가 되고 떡처럼 어슷썰기를 하면 잠자리 날개가 된다. 기둥을 짧게 자른 뒤 속을 살살 밀어내면 병도 되고 항아리도 된다. 여기에 아내가 색칠까지 멋들어지게 해주고나면 아무데나 버려진 신문지로 만든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작품이 탄생한다.
지금껏 하나도 팔지 않고 고스란히 모아둔 작품들이 20여점. 집에서 쓸 수 있는 생활용품이 우선이고 지게 물레방아 초가 장승같은 토속적인 주제도 즐겨 다룬다. 이 작품들로 전시회를 여는 게 꿈.
“계속 구부리고 앉아있다보니 허리가 아파서 작업이 늦어지네요. 그보단 참 고독한 작업이라 힘들어요. 돈 나오는 데도 없고 신문지 따위로 뭘 하겠느냐고 우습게 보기도 하고….”
신문지 마는 것이 지겨울 땐 술을 마시거나 낚시를 간다. 요즘은 아내도 슬슬 걱정하는 눈치.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연구실을 만들어 주부들을 가르치고 책도 내고 종이박물관에 전시도 하고 싶다.
“재료비가 안 들고 재활용도 하니 좋지요. 만드는 방법이 쉬워 주부들도 금방 배워 활용할 수 있어요. 몇 가지 테크닉만 익히면 응용이 무한대예요.” 설명을 하며 익숙하게 신문지를 마는 그의 손에선 금세 나무 한 그루가 튀어나왔다.
〈윤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