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 라이트]노인환자 치료「그룹홈」설립 김정희씨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한 정신전문간호사가 치매환자나 중풍 노인을 집같은 분위기에서 돌봐주는 ‘그룹 홈(집단거주시설)’을 만들어 4월초 문을 연다.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가정집을 신축해 개관하는 ‘은성 너싱홈(Nursing Home)’. 원장 김정희씨(44)는 2년여의 준비끝에 개관을 앞두고 무척 바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전문간호사가 운영하는 그룹 홈이 일반화돼 있죠. 전문가들이 환자들과 함께 24시간 한집에서 생활하면서 보살펴 주는 곳입니다. 가정에서 모든 부담을 떠맡아야 하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해요.”

77년 국립의료원에 간호사로 취직한 그는 정신과 경력만 9년. 환자들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홈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러다 96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면서 병원과 가정의 중간형태인 그룹 홈을 설립할 수 있게 된 것.

“5,6년씩 병원에 방치된 환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사실 치매나 정신질환자가 발생하면 집에서 주부 혼자 살림하면서 보살피기 벅차죠. 맞벌이 주부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럴 때 그룹 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계획을 강행했어요.”

이 그룹 홈에 수용가능한 환자는 9명. 여성환자 우선. 매주 한번씩 지역병원(연신신경정신과)과 연계해 정기 진료도 실시한다.

“환자들이 나름대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정신질환자의 경우 다시 사회에 복귀하는 훈련도 병행합니다.”

그가 치매 환자를 모시는 주부를 만날 때마다 일러주는 말.

①환자를 돌보면서 생기는 짜증이나 화가 나는 것 등을 당연한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전문기관에서 낮동안 보살펴주는 주간 프로그램을 활용하라.

②치매 환자가 있으면 ‘노망이니까’ 하면서 쉬쉬하지 말고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조치한다.

③환자와 부질없는 말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한다.

④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준다. 환자앞에서 병의 상태를 얘기하지 않는다.

⑤‘신세타령’을 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병’이란 점을 기억한다.

그는 여건이 닿는 대로 환자 가족의 상담도 받을 예정. 02―386―7897

〈고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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