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가정집을 신축해 개관하는 ‘은성 너싱홈(Nursing Home)’. 원장 김정희씨(44)는 2년여의 준비끝에 개관을 앞두고 무척 바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전문간호사가 운영하는 그룹 홈이 일반화돼 있죠. 전문가들이 환자들과 함께 24시간 한집에서 생활하면서 보살펴 주는 곳입니다. 가정에서 모든 부담을 떠맡아야 하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해요.”
77년 국립의료원에 간호사로 취직한 그는 정신과 경력만 9년. 환자들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룹 홈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러다 96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면서 병원과 가정의 중간형태인 그룹 홈을 설립할 수 있게 된 것.
“5,6년씩 병원에 방치된 환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사실 치매나 정신질환자가 발생하면 집에서 주부 혼자 살림하면서 보살피기 벅차죠. 맞벌이 주부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럴 때 그룹 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어려운 시기이지만 계획을 강행했어요.”
이 그룹 홈에 수용가능한 환자는 9명. 여성환자 우선. 매주 한번씩 지역병원(연신신경정신과)과 연계해 정기 진료도 실시한다.
“환자들이 나름대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정신질환자의 경우 다시 사회에 복귀하는 훈련도 병행합니다.”
그가 치매 환자를 모시는 주부를 만날 때마다 일러주는 말.
①환자를 돌보면서 생기는 짜증이나 화가 나는 것 등을 당연한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전문기관에서 낮동안 보살펴주는 주간 프로그램을 활용하라.
②치매 환자가 있으면 ‘노망이니까’ 하면서 쉬쉬하지 말고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조치한다.
③환자와 부질없는 말다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한다.
④환자의 존엄성을 지켜준다. 환자앞에서 병의 상태를 얘기하지 않는다.
⑤‘신세타령’을 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병’이란 점을 기억한다.
그는 여건이 닿는 대로 환자 가족의 상담도 받을 예정. 02―386―7897
〈고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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