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종목은 필기와 실기. 그는 술의 종류, 맛과 향 등 기초지식을 묻는 필기에 이어 미리 출제된 20종류 칵테일 중 추첨으로 뽑은 ‘젠트로벤’을 정량대로 배합, 제 맛을 살려냈다.
승부는 창작칵테일 부문에서 갈렸다. 박씨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첫사랑의 부드럽고 달콤 쌉싸름한 맛을 표현했다는 ‘퍼스트 러브’. 이 칵테일은 진과 커피, 우유를 적당히 섞어 만든 작품. 먼저 자신의 일터에서 단골 손님들부터 ‘기막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칵테일은 맛과 향, 색깔 그리고 기예가 어우러진 예술이지요.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신사가 한 두 잔 기분 좋게 취하는 정도로 마시는 술이기도 합니다.”
칵테일의 맛도 맛이지만 칵테일을 배합하는 기구인 ‘셰이커’를 흔들면서 보여주는 현란한 손동작과 몸동작으로도 관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바텐더는 손님 바로 앞에서 칵테일 만드는 동작을 선보이고 즉각 맛으로 승부를 내는 직업. 한 순간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그는 체조선수가 음악에 맞춰 동작을 익히는 것처럼 밤 12시 영업이 끝난 뒤에도 기존의 동작을 숙달하거나 새 동작을 개발해 왔다.
이 일에 뛰어든 것은 대기업의 영업사원을 하다 외국계회사의 외식사업부 일을 하면서부터.이곳에서 아시아칵테일경연대회를 본 뒤 ‘저거다’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칵테일이 처음 알려졌을 때는 진토닉 위스키콕 페퍼민트 키스오브파이어 등을 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나 최근에는 ‘피나콜라다’ ‘준벅’ ‘피치코코’ 등 열대과일을 이용한 칵테일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그의 귀띔.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4월 하순 런던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비피터칵테일경연대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한다. 지난해 1회 대회에서 같은 회사 동료이자 ‘사부’인 박재우씨(28)가 한국인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도 이처럼 금의환향하기 위해 오늘도 터번스빌의 압구정점(02―545―5554)에서 ‘셰이커’를 흔든다.
〈윤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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