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5대통신 선정 최고스타주부 민금원씨

  • 입력 1998년 5월 12일 19시 45분


‘결혼 전엔 비디오방에 가서 비디오를 반밖에 못 봤는데(왜 반밖에 못봤을까?) 결혼 후에 어쩌다 비디오방에 가면 보고 나올 때 방금 본 영화에 관해 토론까지 벌인다.’

‘연애할 때는 내가 새 옷을 입고 가면 놀라운 표정으로 예쁘다는 말을 연발했는데 결혼 후에 내가 새옷을 입으면 놀라운 표정으로 “또 카드 썼어?”라는 말을 대신해줘서 기쁘다.’

‘연애할 때와 결혼한 후’는 왜 그리 딴판일까. 신세대 주부 민금원씨(26·서울 갈현동). 올 1월 결혼 전후의 체험을 PC통신 나우누리의 유머 게시판에 올렸다. ID는 ‘우꺄꺄꺄’. 바로 그날 주부스타 탄생. 1백 명 이상이 ‘재미있다’고 추천해야 오르는 ‘베스트 유머방’에 첫날부터 직행한 것.

“PC통신상에 주부가 읽을 만한 내용이 별로 없어서 그냥 느낀 대로 쓴 글을 올렸더니 당장 반응이 엄청나더군요. ‘뜨고 싶다’는 꿈이 뒤늦게 실현된 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조회수도 매일 1만회를 웃돌았다. 메일로 날아오는 팬레터는 40∼50통. 연령층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주부까지. 5대 PC통신망은 그를 유머게시판 최고 스타로 선정. 6주 전 첫 딸 출산에 이어 최근에는 PC통신에 올린 글들과 직접 그린 만화까지 곁들인 ‘우꺄꺄꺄’란 제목의 책을 펴내 기쁨 두 배.

“결혼의 환상은 깨졌지만 전 아줌마가 된 지금이 참 좋아요. 처녀 때는 자신을 좋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보니 가식없이 솔직할 수 있어 편해요.”

성신여대에서 조소 전공, 현재 대학원 휴학중. 경력은 개그맨 콘테스트에 나갔다 최종심 탈락, 잠시 개그작가실에서 아르바이트한 정도. 평범한 주부의 인기비결은 체험적 유머. 1회성 웃음이 아닌 여운있는 미소를 남긴다.

남의 채변을 갖다줘 검사 결과 기생충약을 먹어야 했던 학창시절. 등화관제로 밖이 어둡자 팬티바람으로 나가 놀다가 갑자기 불이 들어와 혼비백산했던 유년기 삽화. 몰래 지하실에 노래방시설을 해놓고 엄마와 마이크를 빼앗아가며 노래부르다 아빠한테 들켜 혼난 이야기 등.

“세상이 각박할수록 웃고 살자는 것이 제 주의예요. 솔직히 주부들이야 집안 일에다 아이 돌보고 남편 짜증까지 받아내다보면 힘들죠. 이럴 때 ‘살빠지겠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재미있게 넘겨보세요.”

남편은 치과의사 박종욱씨(27). 책에서는 늘 ‘웃기는 조역’이지만 아내의 ‘인기’를 누구보다 기뻐하는 착한 남편이라고 자랑.

〈고미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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