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유럽] 아슬아슬 아스널, 웽거 목 아슬아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9월 24일 07시 00분


■ 1승1무3패… 아스널 최악의 스타트

EPL 빅4 위상 흔들…리그 17위 강등 가시권
빠듯한 살림에 스타들 부족…6년간 무관의 한
웽거 감독 경질설 속 구단은 “웽거를 믿는다”


전통의 명가다운 위용은 어디에도 없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불행한 행보는 어디까지 진행될까. 올 시즌 초반 5라운드까지 아스널의 성적은 1승1무3패(승점 4)로 17위다. 챔피언십(2부 리그) 강등권인 18위 풀럼FC와 격차는 고작 승점 1 차이. 아센 웽거(62) 감독은 죽을 맛이다. 한 때 EPL 최고 사령탑 중 한 명으로 칭송받던 웽거 감독은 이제 온갖 질타와 비난 속에 경질설까지 나돌고 있다. 쓸쓸한 가을을 보내고 있는 웽거 감독은 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을까.

● 역대 최악의 시즌

지난 주말 블랙번 원정에서 3-4로 패한 뒤 이우드 파크 인터뷰 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은 마치 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당시 웽거 감독의 인터뷰에 참석한 스포츠동아 김신애 통신원은 “웽거 감독은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무거운 공기 속에서 날이 선 질문들이 쏟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축구 인생 최대 위기다. 오죽 했으면 오랜 앙숙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먼저 “아스널에 웽거 감독만큼 적합한 이도 없다”고 웽거 감독의 편을 들어줬을까.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출신의 웽거 감독은 선수(수비수)로 활약할 때는 딱히 족적을 남기진 못했다. 73년부터 75년까지 프랑스 뮐루즈에서 뛰었고, 이후 78년까진 ASPV스트라스부르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여기까진 세미프로. 프로 무대로 옮긴 것은 79년부터였다. 81년까지 딱 세 시즌 동안 RC스트라스부르에서 뛴 게 유일한 프로 경력이다. 그러나 지도자의 능력은 달랐다. RC스트라스부르 유소년 클럽 감독과 AS낭시, AS모나코 사령탑을 거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일본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로 떠났다가 96년 10월부터 아스널 지휘봉을 잡았다.

전성기는 2003∼2004시즌. 당시 아스널은 26승12무, 경이로운 무패 기록으로 EPL 타이틀을 획득했다. 하지만 2005년 FA컵 우승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트로피를 채우지 못했다. 그 동안 아스널은 1997∼1998시즌, 2001∼2002시즌을 포함해 EPL 정상을 세 차례 등극했고 FA컵 4회(98, 02, 03, 05), 커뮤니티실드 4회(98, 99, 02, 04) 평정했다. 6년 간 이어지고 있는 ‘무관의 한’에 대한 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고 볼 수 있다.

● 해결책은 유임? 교체?

전술 선택의 논란, 전략 부재 등 비판들은 계속된다. 그나마 동정 여론은 스타플레이어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아스널의 빠듯한 살림살이로 인해 자신이 원하던 최고의 선수들을 제대로 영입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다.

마이클 오언처럼 쟁쟁한 스타들을 벤치에 남겨놓을 정도로 엄청난 진용을 자랑하는 맨유와달리 아스널 스쿼드는 상당히 뒤진다. 네임밸류는 물론이고 몸값은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그간 꾸역꾸역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 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웽거 감독이 늘 인정받는 부분이 있다면 유망주 육성 정책이다. 선수들의 장래를 바라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별 볼일 없던 선수들을 슈퍼스타로 키워내 엄청난 가격에 팔아 고수익을 남긴다. 오페르마스, 프티, 아넬카 등이 대표적인 사례. 프랑스 최고 스타 중 한명인 티에리 앙리 또한 유벤투스(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벤치만 달구던 신세였지만 웽거 감독을 만나 팔자를 고쳤다.

아스널 구단은 여전히 웽거 감독을 신뢰한다. 최근 아스널의 이반 가지디스 단장은 런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최악의 초반 성적표를 받은 건 맞지만 웽거 감독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변함이 없다. 막대한 금액을 들여 선수들을 데려오거나 감독 해임이 위기를 극복시키는데 단기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우리 명성은 웽거 감독이 이뤄낸 위대한 업적이다. 한 순간에 나쁜 감독으로 몰고 갈 수는 없다”고 옹호했다.

웽거 감독 외에 해답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보다 더한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웽거의 운명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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