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창단된 신일고 야구부는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도 황금사자기 최다(8회)우승을 차지하는 등 ‘야구명문’으로 자리 잡은지 이미 오래. 현역 스타 중에서도 유독 신일 출신이 많다. 지난해 9월 박종훈 LG 감독을 배출한 데 이어 연말에는 민경삼 SK 본부장이 단장으로 승진했다. 프로야구 감독과 단장을 한 고교에서 동시에 배출한 건 유례를 찾기 힘든 일.
박종훈(1978년 졸업) 감독은 신일고 야구부 2기로 동문회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1년 아래 양승호 고려대 감독이 2006년 시즌 도중 LG 감독대행을 맡은 적이 있지만 신일 출신으로 프로야구 1군 정식 사령탑에 오른 건 박 감독이 처음. 박 감독은 LG와 사인한 뒤 곧바로 모교를 방문, 야구부 지원금으로 1000만원을 내놓았다. LG에선 서효인 코치가 박 감독의 신일고 4년 후배. 박흥식 전 삼성코치, 김태형 두산코치 등도 동문이다.
서 코치와 동기로 1982년 졸업생인 민경삼 단장은 프런트 말단부터 시작해 단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프로 선수 출신 경험에 탁월한 행정 능력까지 갖췄다. 히어로즈 박노준 전 단장이 선수 출신 1호 단장으로 불리지만 정통 프런트로서 성장한 이는 민 단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SK 송태일 매니저와 히어로즈 설종진 매니저 등이 프런트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일 멤버들.
현역 선수 면면도 화려하다. SK 김재현과 LG 조인성이 1994년 졸업 멤버고 1996년 졸업 동기인 강병식과 전근표는 나란히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삼성 현재윤, LG 안치용은 1998년 졸업생. LG 봉중근과 김광삼, 한화서 뛰다 상무에 입대한 한상훈이 그 1년 후배다. 채병용(SK), 나지완(KIA)도 신일을 나왔고,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두산 김현수 역시 2006년 졸업생이다. 양승호 고려대 감독은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이란 교훈처럼 선수간, 코칭스태프간 믿음이 신일고 야구부가 단기간 내 명문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신일고 야구부는 지난해 12월, 6년 만에 동문들이 모여 ‘신일 백구회’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의 주도적 역할을 한 이가 1992년 졸업생인 전 요미우리 소속 조성민이었다.